취업성공의 소식을 알리기 위해 지난 일요일에 부모님을 찾아뵈었다. 부모님은 주말, 공휴일, 명절에도 일하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리 시간을 조정해서 일요일 저녁에 밥을 같이 먹기로 했다. 나의 부모님이 계시는 곳은 전라남도 여수이다. 센트럴시티(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여수로 향했다. 일반버스로 예약하였으나 최근 일반버스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우등버스로 자동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운이 좋다 생각했다. 버스의 많은 자리 중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나를 제외하고 중년의 남성 3명뿐이었다. 나는 버스의 뒤편에 홀로 앉았다. 어떤 사람은 휴대폰을 하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잠을 자기도 했다. 나는 버스가 경부고속도로에 들어서자 창문커튼을 치고 잠을 청했다. 서울에서 여수까지는 편도로 약 4시간이 소요된다. 나는 차에서 책을 읽거나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할 경우 멀미를 하는 경향이 있어서 눈을 감았다. 눈을 떠보니 금방 2시간이 지나있었다. 30분 정도 더 가서 버스는 휴게소에 도착했다. 기사님이 15분 뒤에 출발하겠다는 말과 함께 사라졌고 나는 계속 앉아있으면 허리가 아플 수 있기에 밖으로 나와 스트레칭을 했다. 그리고 다시 내 자리로 와서 많은 좌석들을 보며 생각했다.
'일요일에 고향에 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내 연령대는 모두 사회생활하느라, 회사 출근 준비하느라 바쁘겠지?'
하지만 나는 취업에 성공했고 다시 사회생활로 나갈 수 있다는 기대감과 감사함을 가지고 있었기에 다른 생각이 더 떠오르기 전에 생각을 닫아버렸다.
버스는 휴게소를 떠나 다시 여수로 출발하였다. 잠을 많이 자서 그런지 잠이 오지 않아 창 밖을 바라보았다. 남부지방에는 비가 왔는지 듬성듬성 보이는 산마다 안개가 낮게 깔려있었다. 조용히 바깥풍경을 감상하면서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1시간 30분이 지나 버스는 여천 터미널에 도착했고 나는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갔다. 집에 도착해서 문을 열었을 때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버지는 모처럼 휴일을 맞아 등산을 가셨고 어머니는 일을 하러 나가셨다. 저녁 6시경이 되자 아버지와 어머니가 집으로 오셨다. 어머니는 서울에서 싱싱한 회를 먹기가 힘드니 회를 사주시겠다고 하셨다. 나는 여수에서 자라서 그런진 몰라도 해산물을 참 좋아한다. 어머니가 요즘 여수에서 인기가 많은 식당을 미리 예약해 두었고 식당에는 일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스끼다시(메인요리 전 밑반찬)로 불리는 음식들이 한 상 무겁게 나왔다. 샐러드, 연어, 해삼, 멍게, 개불, 우럭튀김 등이 먼저 나오고 메인요리인 도다리회와 민어회, 가오리회, 오징어회가 나왔다. 오랜만의 해산물이라 나는 천천히, 맛있게 잘 먹었고 부모님과 일상 대화를 했다. 부모님이 나의 얼굴을 보며 이전보다 얼굴이 좋아 보인다고 했다. 우울증 치료는 잘 받고 있는지 상담은 어땠는지 등을 물으셨다. 나는 대학병원, 일반병원, 상담센터에서 모두 치료를 잘 받은 덕분에 많이 나아졌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취업성공한 사실을 말씀드렸다.
"아버지, 어머니, 저 다다음주부터 출근해요. 동종업계로 취직했고 직무도 동일하게 구매직무예요."
어머니는 좋은 소식을 전해줘서, 좋은 선물을 가져다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아버지도 이야기를 듣고는 잘되었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회사에서의 일이 네가 생각한 것처럼 안될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아버지는 한 회사에서 35년을 다니셨고 내년이면 정년을 앞두고 계신다. 아버지가 일하시면서 얼마나 고생하셨을지 가늠조차 할 수 없지만 나는 그런 아버지를 존경하고 있으며 아버지의 말씀을 새겨들었다.
식사를 마친 후 집에 와서 나는 앞으로 다니게 될 회사 이름과 위치를 부모님께 담담하게 알려주었다. 나와 부모님 모두 취업성공한 사실이 좋았지만 더 크게 좋아할 수 없었던 이유는 내가 마지막 직장에 들어갔을 때 우울증을 잘 극복하겠다고 입사했으나 2달 만에 나온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오전 5시 50분에 부모님이 모두 출근할 예정이셨다. 나는 5시 45분에 일어나서 부모님께 조심히 다녀오시라고 인사를 드렸다. 어머니는 나를 안아주셨고, 아버지는 잘 올라가라고 하시며 집을 나섰다. 나의 부모님은 평생 동안 주말, 공휴일, 명절에 쉬지 않고 일하셨다. 어머니는 최근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시겠다고 평일 오전 5시 50분에 집을 나서서 오후 6시까지 일을 하시고 학원에 가서 오후 9시까지 공부하시고 계신다. 나는 어머니의 성실함에 감탄했다. 그리고 매일 오전 5시 50분에 출근하시는 부모님을 보고 있노라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가족을 위해 부모님이 얼마나 노력하시고 희생하셨는지 감사한 마음과 존경의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부모님을 뵈러 와서 저녁을 사거나 용돈도 드리지 못한 내 자신이 작아 보였다. 하지만 이런 마음이 들자 나는 앞으로 회사 잘 다니면서 부모님께 효도해 드리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나를 작게만 하는, 우울하게 만드는 생각들이 오려할 때마다 나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불안, 걱정들을 하지 않으려 계속 컨트롤 중에 있다.
나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눈물 나게 감사하고 죄송스럽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부모님의 노력과 희생만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우울증에 걸린 나를 부모님이 믿고 지켜봐 주셨듯이 나도 천천히, 묵묵히 잘 나아가고자 한다.
부모님,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그리고 잘 이겨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