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by 소인

杂文 (247)

공기가 심상찮다.

대기가 아니라 일터의 분위기다. 코로나 이 단계 이후 문을 닫았다. 예약 손님에게 취소를 통보하고 환불해주었다. 위약금 없이. 가을은 어김없이 다가오고 저녁으로 선득한 기운이다. 계곡의 기온은 평지보다 2,3도는 낮다. 출퇴근할 때 긴팔 남방을 입고 나간다. 우곡 마을 가로수인 산딸나무 열매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오돌토돌한 빨간 열매는 설사 멈춤과 뼈에 좋다. 익은 과실을 먹으면 심심한 단맛이 난다. 효소를 담아 볼까 궁리 중이다. 여름 내내 산허리에 걸린 비구름은 구월 들어 선득한 한기를 느낄 정도였다. 계단 논의 논물은 늘 흘러넘친다. 올해처럼 물이 흔한 여름도 없었다. 지루했던 장마가 끝나니 연거푸 태풍이 비바람을 몰고 온다. 폭염도 열대야도 며칠 반짝하다 물러갔다. 코로나로 전국이 요란해도 들판의 벼는 이삭을 맺고 출렁이기 시작했다. 올벼는 무거운 고개를 가누느라 힘겨운 눈치였고 살찐 새들은 비행 편대를 이뤄 공중을 날았다. 마을마다 고추 찌는 냄새가 진동한다. 긴 비에 녹아난 참깨밭에서 가물에 콩 싹 나듯 건져 올린 성한 깻단을 고이 묶어 세우는 농부의 손이 떨린다. 고추밭엔 역병, 탄저병이 기승을 부릴 참이다. 탄저가 생긴 고추밭은 멀리서 보면 초록의 섶이 무성해도 따려고 보면 성한 게 없다. 누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 보면 비극이라고 했다. 호방한 사람도 내면을 들여다보면 상처투성이다.

청량산 캠핑장과 정자문화 생활관, 자연휴양림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숙박 시설이다. 시공 중인 실내 수영장이 완공되면 체육시설이 하나 더 는다. 캠핑장은 기존의 시설이고 정자문화 생활관과 자연휴양림은 올해 개장했다. 실내 수영장은 내부 공사 중이다. 가난한 군 살림에 나랏돈 수백 억으로 지은 시설의 운영 수지는 애초에 적자를 안고 태어났다. 관리 유지비도 엄청 들어간다. 난 처음에 적자 덩어리를 왜 기획 단계부터 예상하지 못했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흑자를 위한 구조와 운영의 변경을 생각했다. 시민의 혈세가 줄줄 낭비되는 것을 염려했다. 그러다 곧 생각을 바꾸었다. 나조차 자본주의 패러다임에 물들었다는 걸 깨달았다. 무얼 하든 생산성과 효율성, 그래서 이익을 남기고 불려야 한다는 셈속에 학습된 결과의 인식이었단 의미다. 세금은 해마다 거두어 나라를 운영한다. 가정의 생계비가 노동을 통한 수입인 것처럼, 국가의 생계비는 세금으로 이뤄진다. 세금은 중앙에서 지방으로 교부하고 지역의 지자체에서 적재적소의 운영비로 쓴다. 보건, 복지도 분야의 하나다. 주민의 문화생활과 심신 단련과 휴양을 위한 근린공원, 산책로, 휴양림, 체육관 등은 세금으로 운영되고 인건비와 유지 관리비도 세금으로 충당한다. 이익을 내서 흑자구조를 목표로 하는 개인 기업이 아닌 담에야 수익 개선에 머리를 싸맬 필요는 없는 거였다. 수익은 주민이 문화•여가 생활을 누림으로 나타난다. 가족 중에 어린이나 노인이 소득이 없다고 내치지 않는 것이다. 세금은 나라의 살림 비용이므로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써야 하는 거였다. 행복주택처럼 평수가 작아 분양률이 낮은 임대주택 사업의 경우 개선된 사업 안으로 지속적인 주거빈곤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연휴양림의 문제는 생태적 휴양림의 정체성에 있는 것이지 적자의 유무에 있는 것이 아니다. 휴양림의 주민 활용도를 높이고 적자 규모를 축소하는 데 있을 것이다.

텅 빈 숙소를 바라보며 삼 교대 근무자는 예초작업을 했다. 객실 청소가 없는 공공근로자와 객실 담당 여성 노동자들은 풀을 뽑았다. 가운데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잔디밭, 길가, 돌 틈 사이의 잡초를 뽑아냈다. 오전과 오후 근무자는 흐린 날, 맑은 날에 예초기를 돌린다. 야간근무자는 열외다. 밤에 불 켜고 풀을 벨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설사업소 소장은 전력 사용에 신경 쓰라고 잔소릴 해댔다. 일층 안내실 전등은 끄고 이층 사무실에는 간접조명만 켜 두었다. 낮에도 어두컴했다. 비 오는 날에는 사무실에 앉아 멀뚱멀뚱 시간을 죽였다. 난 차에 기대 책을 읽었다.

코로나 이 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되면서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정자문화 생활관에서 일하는 기간제 직원들은 한 달에 보름씩 일하고, 청량산 캠핑장의 기간제 직원들은 구월 초 모두 업무가 종료되었다는 거였다. 휴양림은 여전히 삼교대로 근무하며 풀베기와 잡풀 제거 등의 작업을 하며 유지되는 중이다. 주말에는 정문의 차단기 앞에 쇠사슬을 잠가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중이다. 코로나 안내판을 세워두었어도 불쑥 찾아 들어오는 외부인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추석의 이동을 자제해 달라고 했지만 조상을 끔찍이 모시는 민족으로서 기를 쓰고 고향으로 달려갈 건 뻔한 일이다. 명절 이후의 코로나 확산이 주목되는 이유다. 명절 연휴는 오일이라고 말했다. 오 일 이후 어떻게 상황이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차라리 시의적절하게 업무가 종료되면 산불감시원 모집에 응할 텐데 그것도 변수는 상존한다.

오락가락하던 비바람이 늦은 오후 들어 거세졌다. 밤 열 시 퇴근이다. 하루 반 쉬고 야간근무에 들어간다. 캠핑장 주변에 부러진 생솔가지가 어지럽게 뒹군다. 숙소 뒤 상수리나무 아래서 도토리를 한 줌 주웠다. 윤이 나는 갈색 도토리 알은 통통하게 살쪘다. 쿵! 하고 지구에 떨어지는 도토리가 젖은 숲을 깨운다. 텔레비전에서 태풍 피해 소식을 연신 알려준다. 침수와 정전 피해, 산사태와 강풍 피해가 지난번 태풍 못지않다. 단물 들기 시작한 낙과 피해도 날이 밝은 대로 속속 드러날 거다. 올여름은 코로나와 장마, 태풍 피해로 보낸 꼴이다. 비구름이 산정을 떠나 산자락으로 마구 흘러간다. 물소리 요란한 계곡에 이른 어둠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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