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이 대세다.
종편에서 시작한 트롯 열풍이 지상파를 점유하고 전국을 뒤덮고 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열기는 특히 중년층의 마음을 후벼 파고 뜨거운 시청률이 식을 줄 모른다. 대중가요의 애잔한 가사는 누구나 경험했을 삶의 희로애락을 노래하고 감정 이입된 시청자는 기뻐하고 슬퍼하며 트롯 열풍을 즐긴다. 시대를 흐르는 거대담론을 논하면서 자잘한 일상에 울고 웃는 것이 사람이다. 노래 한 곡이 위무가 되고 삶의 활력이 되기도 한다. 날 버리고 떠난 님을 저주하기도 사랑의 세레나데를 들으며 그/그녀와 만날 날을 꿈 꾼다. 가벼운 가사는 가벼운 대로 사람의 심장을 붙들어 매는 밧줄이 된다. 사랑의 슬픔도 기쁨도 영원하지 않으며 생로병사의 결말은 허무한 죽음이란 게 존재의 증명이다. 국가도 민족도 체제도 역사도 한낱 인간의 얄팍한 심성에 의해 휘둘리고 휘둘렸다.
사람에게서 난 것은 사람에게로 돌아간다. 불타오르던 축제의 열기도 서늘한 재로 사위는 종말의 국면도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조건이다. 하지만 사랑과 이별, 부와 가난, 행운과 불운이 상황과 존재를 규정하진 못한다. 존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다 멈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천지 불인(天地不仁)이다. 그러니 트롯이여, 한순간의 인간의 송사에 탐닉하다 불속에 떨어지는 눈송이더라도 질긴 정념의 불꽃은 꺼뜨리지 마라. 젊은 가수가 부르는 오래된 가수의 노래에는 시대의 정한이 오롯이 녹아 있지 않은가. 두견새가 봄마다 가슴을 쥐어뜯는 이유도 피를 토하는 노래에 있지 않은가. 오래도록 자신의 한과 꿈을 노래하는 가수에게 팬들의 박수 또한 멈추지 않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