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니 삶에 대한 겸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장마 통 흘러가는 붉덩물처럼 역사의 똥통에서 젖으며 살았다. 제대로 산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삶이란 끝없는 질문의 연속이다.
문장은 생각의 표현이고 삶의 경험을 통해 다진 자신의 시선이다. 살아오면서 만난 것을 글로 쓰기엔 난삽(難澁)한 구석이 많다. 나의 생각이 읽을 만한 가치가 있을까. 사람은 표현하는 동물이다. 소리의 음성으로, 손의 움직임으로, 촉각으로도 자신을 표현한다. 그것으로 소통하고 관계를 끊거나 만들어 간다.
오래전 시집을 한 권 냈다. 다시 시집을 만드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산문을 쓰면서부터 시와 떨어져 산다. 소인(素人)은 필명이자 본심이다. 죽기까지 배우고 깨쳐도 미욱한 존재다. 살면서 열정과 욕망에 몸을 떨었다. 깃털보다 가벼운 존재의 무게로 한 걸음씩 세상을 걸었다. 더러는 무망(無妄)한 삶을 닮고 싶을 때도 있다. 글을 욕하고 내던져도 순전히 그대의 자유다. 나무에게도 그대에게도 송구하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