杂感 (26)
거대 담론을 말하자는 게 아니다. 살다 보면 사소한 듯 보이는 게 사소하지 않음을 볼 수 있다. 소확행은 그래서 어렵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사서 고생'하는 진보적인 사람이 양심과 도덕에서 천박한 인격이라면 겉으로는 표 내지 않아도 그의 말에 마음을 돌리고 만다. 반면 보수주의자라도 상대의 말에 경청하며 예의 바른 품성을 지킨다면 생각이 달라도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사과할 때의 타이밍, 마음을 바꾸고 행동할 때의 타이밍. 약속은 먼저 지키고 마음을 표현하는 게 순서다. 내 생각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자. 내가 아무리 좋을 것 같아도 상대에겐 발곱재기만도 못한 관심사다. 네가 지금 안전한 세상에서 배부르게 살 수 있는 것에는 선대 노동자의 고투가, 위태로운 사람의 눈물겨운 노고가 있음을 기억하라. 네가 잘나서 그런 게 아니다. 산하의 피 냄새를 맡지 못하면 넌 흔해빠진 똥 친 막대기일 뿐이고 걸어 다니는 재앙이다.
사유 없음의 무사유는 그들의 무기가 되었다. 민주화, 노동해방을 위해 '사서 고생'한 사람들이 머리 터지게 싸워서 얻은 열매를 말없이 쏙쏙 빼먹은 자들이다. 그래 놓고 사건이 터지면 빨갱이니 좌빨이니 목청을 높인다.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생각이 없다. 생각하려 해도 떠오르지 않는 무지는 반성이 없고 이성적 비판도 없다. 내 가족은 살아남아야겠다는 공생 이기주의는 틈만 나면 불법을 저지른다. 그렇게 쌓은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기 위해 골몰하는 게 그들의 습속이 되었다.
민주주의는 감시와 토론이 사라지면 부패와 독재로 이어진다. 혁명 후의 혁명은 일상의 혁명이다 잠시라도 한눈팔면 권력의 독버섯은 창궐해서 민중의 고단한 잠자리에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