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을 맞아야 사는 세상이 되었단 생각에 기분이 찜찜했다. 인간 종이 갈 데까지 간단 생각이 든다. 백신 맞고 십오 분 대기하기로 했다. 텔레비전 혼자 떠들고 백신 맞거나 맞을 사람들 우두커니 앉았다. 정수기 옆 서가를 살핀다. 원장이 시인이라 문학책이 꽂혀 있다. 그에게 가끔 시집을 선물로 받는다. 랜덤으로 뽑아 제목을 보니 기부 터 막힌다. '소백산 정상 정복 체험학습'이라니. 지역 학생들의 문학 작품을 모아놓은 책인데, 표지 제목이 영 마뜩잖다. 아직도 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는 생각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다니. 생태와 자연은 정복 대상이 아니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분이고 공생하는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 저런 개념을 갖고 살아가니 생태를 정복, 점령하고 깎고 뚫고 파헤치는 거다. 행위는 부메랑이 되어 백신 맞는 사회가 된 거다. 산사람은 산이 허락하지 않으면 산에 오르지 않는다. 자연과 생태, 사람과 사회, 모든 대상에 대한 겸허한 마음 자세를 배우고 가르칠 일이다. 인간 중심주의는 그 외 대상을 수단으로 삼는 밖에 없으니 무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