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골목은
그가 누군지 몰랐다
알 필요도 없었다
며칠에 한 번 연기처럼 사라지는
문 앞의 우편물이 치워지고
주인이 문을 두드릴 때마다
사람이 산다는 걸 확인한다
냄새가 난 건 그의 존재가 잊힐 무렵
살아서 잊힌 건 노인만이 아니었다
부모도 형제도 더 이상 그립고
눈물겨운 대상은 아니었다
거추장스러운 삶의 혹
하마터면 행복할 뻔했던
지구라는 별에 나타난 건
사라지기 위해선지 몰라
바람에 스친 건 서늘한 추억이기도
망각의 존재가 뱉은 깊은 한숨이기도
어느 날
햇볕 들지 않는 골목에
진한 냄새 코를 찔렀다
냄새가 먹던 밥상
말라붙은 라면 줄기
꿈을 쓰고 지웠던 자격증 책
고치고 다시 쓴 이력서
누군가 고이 접어주었던 종이학
나 여기 있다고
나도 사람이었다고
끝없이 외치는 골목에
방독면이 나타난다
유물처럼 상자에 담기는 그의 부재(留守)
마지막 외침은 소독약 세례에 점점이 묻힌다
여기는 온기가 없어
동거했던 벌레들 미련 없이 짐 싸고
이제 그는 초록 별을 떠난 쓰레기가 되어 우주를 떠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