杂文(306)
잠이 안 온다.
저녁밥 먹기 전 마신 술이 깨느라 두어 번 물 마셨다. 두 시에 깨고 나서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 유튜브로 수영 강의 보다 매일 외국어 공부를 했다. 네 시 반이 가까워 내처 깨어 있기로 했다. 시계 소리는 점점 크게 들리고 머릿속에서 전파음이 이명처럼 들리는 것 같다. 골목에 나가니 환한 외등이 졸고 있다. 마당 개가 웬일인가 하여 반쯤 감긴 눈으로 집에서 나왔다가 들어간다. 아침 산책까진 한참 남았으니 더 잔다는 표정이다.
요즘 작은 걱정거리가 있다.
집을 떠나 있으면 아내와 딸이 소소한 집안일을 잘 해낼지 말이다. 그건 내 일 아니고 걱정한다고 간섭할 수도 없으니 접어두는 게 낫지만 평생 가장으로서의 습성을 쉽게 떨쳐내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보일러 물통을 교체하고 기름도 채웠으니 되었고 매일 마당 개 산책시키는 일은 겨울이라 해가 짧으니 가까운 데로 잠깐씩 다니고 외떨어진 곳에는 혼자 가지 말라고 일러두었다. 내가 없어도 잘 살 거다. 남자 하는 일 여자 하는 일 따로 없지만 겪다 보면 힘에 부치거나 모르는 일도 경험해 보면 알게 될 거다. 생각하다 다시 마음을 고친다. 죽는 일 아니니 살다 보면 스스로 깨치는 게 산 경험이란 걸 안다.
내일 휴무일 새벽엔 양조장 알바하고 수영장 갔다가 아는 이 산 아래 쓰러진 소나무 베어주러 간다. 오전에 해치우고 오후에 푹 쉬면 된다. 자유 수영권을 한 달 끊었으니 수영도 게을리하지 않을 생각인데 유튜브 강의가 도움이 된다. 여러 강사의 강의를 반복해서 들으니 조금씩 동작이 이해된다. 다른 강사의 설명과 동작이 비교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물속에서 제대로 연습이 중요하다. 내 목표는 자유형과 평영이다. 접영은 내겐 무리고 배영은 스스로 하는 수준으로 만족한다. 욕심이 있다면 헤드업 자유형과 평영으로 인명 구조 훈련을 했으면 좋겠다. 그건 자유형과 평영의 완성 이후의 일정이다. 남도에 내려가서도 수영장에 다닐 생각이다. 거제 문화예술회관 수영장은 장승포에 있다. 강습은 위드 코로나로 내년부터 있을 거다. 장승포에 단기 원룸을 구하고 다닐 생각이다. 거제도에서 수영을 익히고 몸이 움직일 때까지 수영으로 운동할 계획이다. 철인 삼종경기는 결코 꿈이 아니다.
독거 생활의 일과는 독서와 글쓰기, 수영과 섬 여행으로 한정했다. 넉 달 동안 쉬고 다시 일을 하게 되는 시점에 남도에서 계속 살지 올라올지는 그때 결정한다. 넉 달 이후의 행보가 어쩌면 이후 내 말년의 행보가 될 거다. 사람의 일생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덧없는 것이지만 많은 인연과 사연이 부대끼는 지난한 과정이다. 난 그동안 무엇을 하며 살았던 걸까. 초년의 과오로 돌이킬 수 없는 후회와 고통을 안고 살았지만 이제 와서 소용없는 나의 삶이 되었다. 미욱한 인간은 자고 나서도 깨쳐야 한다. 숨 쉬는 데 공기가 필요하듯이 매 순간 성찰하고 각성해도 모자란 게 인간 존재다. 나는 어디로 가는가. 말년에 와서도 잠 못 이루는 상황은 내가 만든, 나의 삶이다. 나의 삶을 사랑하지 않고 타인을 사랑할 순 없다. 억지로 물길을 돌리기보다 물길을 타면서 스스로의 가치를 지키며 사는 삶을 꿈꾼다. 내가 들락거리니 마당 개가 당황하는 눈치다. '어여 더 자라니까요!' 하며 도로 집으로 들어간다. 공연히 개의 새벽잠 설치게 했다. 오늘은 어둑살 뚫고 이른 산책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