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by 소인

단상


한 건 했다.

가끔 경운기 몰고 초소를 지나는 아지매가 있다. 오늘도 초소 앞을 지난다. 짐칸에 아지매 한 분이 올라탔다. 면에 볼일 보러 가는 모양. 경운기가 지나가고 길 양쪽을 동료와 걷는데 멀리 떨어진 곳에 경운기가 멈춰 있다. 운전수가 내려서 두리번댄다. 무슨 일인가 바라보니 짐칸의 아지매가 손을 흔든다. 안면 튼 사인 아니니 반갑단 인사는 아니다. 구조 요청이다. 짧은 해가 서산의 굴참나무 우듬지를 황금빛으로 물들일 무렵이다. 길 옆에 세운 경운기를 피해 차들이 쉭쉭 지나간다. 가서 보니 냉각수 윗 마개는 애저녁에 달아났고 물탱크 아래 물 빼는 배꼽이 없다. 이미 말라버린 냉각수에 엔진이 과열돼 멈춰버린 거였다. 젊었을 적 남도 땅에서 경운기 몰고 고물장수를 했다. 시푸른 바닷물이 출렁대는 가파른 비포장길을 오르내리며 고물을 모았다. 남도 사람들의 삶은 고단했으나 인심은 푸짐했다. 칠십 전후의 여성 운전자는 물을 찾았다. 경운기가 움직여야 면의 수리점에 가서 배꼽 마개를 달 텐데 낭패였다. 하나 내가 누구랴. 비닐이 없냐고 물으니 짐칸에 있던 시멘트 포대의 안쪽에 붙은 비닐을 뜯어준다. 급한 대로 배꼽을 막았다. 이번에는 보충할 냉각수가 문제다. 하지만 내가 누구냐. 트렁크에 비상시에 먹을 컵라면과 물을 싣고 다닌다. 낭패스러운 표정의 두 사람을 뒤로하고 차로 종종걸음을 쳤다. 물을 채우니 밑으로 조금씩 샜다. 시동을 걸어보라 했다. 퉁퉁퉁! 시동이 걸린다. 어서 가서 고치라고 경운기 등을 떠밀었다. 두 사람은 합창하듯 고맙다며 s면 쪽으로 탈탈 내려갔다.


초소에 돌아와 커피 마시는데 경운기 소리가 났다.

내다보니 아까의 경운기가 마을로 되돌아가는 중이다. 밖에 나가 빠르게 물었다. 마개는 달았니껴? 운전수가 엑셀 레버를 낮추며 그렇다고 한다. 고마우이더! 두 사람은 이번에도 합창하듯 외치며 마을 쪽으로 탈탈탈 올라간다.

이제 초소에 파리 한 마리가 들어와도 잡지 않는다.

저놈도 추운 날씨에 오죽하면 목숨을 무릅쓰고 날아왔을까. 힘 없이 비행하는 녀석의 등짝에 목숨과 맞바꾸는 죽비라니 잔인한 일이다. 해가 점점 노루 꼬리만 해진다. 아카시나무 사이로 햇발이 모습을 감추자 공기가 선득하다. 조끼 위에 겉옷을 걸쳤다. 한결 따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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