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전쟁의 반대는 평화가 아니라 일상이다'라는 말이 있다.
평화라는 어쩐지 만들어진 고요함보다는 소소하게 흘러가는 소중한 개인의 시간이 더 평화롭게 느껴진다. 일상은 정지된 고요함과 다르게 울고 웃고 떠들고 싸우는 생명 활동이 흐르는 공간이다. 다음의 말처럼 냉혹하지만 온기가 흐르는 삶의 시간이다.
'현실은 냉엄하고 문학은 시시하다'
얼핏 들으면 문학은 현실에 비해 무가치하게 느껴진다. 그대는 어떠한가. 만일 그대가 현실과 문학의 경계를 넘나 든다면 그대는 위대한 인격을 갖춘 사람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냉엄한 현실 속에서 문학을 대하며 심심함으로 빠질 수 있고 밤하늘의 별을 딸 수도 있다. '시시한 문학'은 때때로 현실의 무거운 표정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구멍이 되기도 한다. 말로도 글로도 마음이 전해지지 않을 때 읽던 책을 덮고 산책하거나 창밖을 보라. 그대 눈앞에 펼쳐지는 것 중 의미 없이 사라지는 게 있나. 대상들의 눈물겨운 사연을 곱씹으면 비로소 문학도 삶도 시시하지 않게 느껴질지 모른다.
부치지 못한 편지
어떤 여자를 그리워한다.
그녀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산다. 내가 사는 곳의 바람이 흘러 그녀가 마시는 공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옥상에 올라가 숨을 크게 내쉬고 그녀 사는 쪽으로 바람을 밀어 보낸다. 오늘 보았던 길가의 마른 꽃, 무심하게 바라본 바다의 수평선, 내 앞을 스쳐간 사람들...
사랑이 아니어도 좋다.
산 것들의 육성이 활어처럼 비늘을 털 때 난 기어코 살아내고 말겠다는 다짐을 주머니에 꼬깃꼬깃 접어 넣는다. 그녀에게 닿지 못하는 편지는 오늘 밤 닻을 올리고 항구를 떠나 위으로 위으로 날아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