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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인 Jan 08. 2023

Covid 일지(3)

Covid 일지(3)


딸은 음성이 나왔다. 미심쩍어 병원에서 다시 검사하니 음성이다. 다행이다. 하지만 앞으로 일 주일을 조심해야 한다. 코로나가 재발한 어떤 이는 분명 양성인데 증상이 없다고 한다. 공기 전염인 Covid

는 독감 수준으로 격하했지만 사람에 따라 증상의 경중이 다르다. 난 내일 결과가 문자로 날아온다. 지금까지 증상이 없는 걸로 보아 음성인 듯한데 모를 일이다. 무증상 양성도 있잖은가. 아내는 좀씩 호전되는 상태다. 일터에 나와서도 아침 점심으로 안부를 묻는다. 아플 때 잘해야 점수 좀 딸 터이다. 바닥부터 한참 올라가야겠지만.


일터에서 잔설을 치운다. 눈 아래 언 얼음장은 쇠삽으로 벗기고 눈덩이는 가래로 밀어낸다. 오늘 밤 사이 눈소식이다. 가벼운 눈송이로 지났으면 좋겠다. 숙소에 손님이 들거나 없어도 근무자는 숙소 주변의 눈 치우기가 우선이다. 길과 주차장, 숙소 주변을 송풍기(Blower)로 불어낸다. 일월부터 야외 조경팀이 나오지 않으니 본관 주변도 우리들 몫이다. 지난번처럼 눈이 쏟아지면 애 좀 먹겠다. 넘어가는 겨울볕이 정자 지붕에 깔린다. 응달엔 여전히 허연 눈이 덮여 있다. 삽질하면 땀 흐르고 쉬면 금세 몸이 식는다. 음악을 들으며 홀로 눈 치우니 호젓해서 좋다. 골짜기의 떡갈나무는 배배 꼬인 이파리를 여적지 달고 바람에 흔들린다. 콩꼬투리를 매단 아카시나무 우듬지 너머 파란 도화지 같은 공활한 하늘이 널따랗다.


점심시간 지나 모르는 번호가 떴다. 안 받을까 하다 받았더니 오래 전 광고회사 후배의 목소리다. 그는 인근 C면이 고향이다. 이십 년만의 통화인데 성격은 여전한 듯 보인다. 그와 얘기하는 순간 광고업계의 일들이 스크린처럼 지나간다. 화통한 듯 섬세한 후배였다. 아내와 한 고향이라 각별하게 대한 후배다. 아이들 다 커서 직장 다니고 요양원의 모친을 보러 자주 내려온단다. 그는 아예 고향에 정착할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일간 만나기로 했다.


겨울에 물릴즈음 봄은 어김없이 오고야 만다. 생태는 순환과 소멸, 생성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인간도 생성, 성장, 소멸을 되풀이하는 존재다. 계절의 봄은 해마다 훈풍을 몰고 산과 들을 초록으로 덮지만 마음의 봄은 을씨년스럽다. 언제 봄다운 봄을 맞긴 했는가. 시절은 가히 오랑캐의 땅에 춘래불사춘이다. 앞으로 몇 번의 봄을 맞기는 할까. 산들에 지천인 봄나물로 새뜻한 입맛을 돋우고 삶의 계절에도 연비어약(鳶飛魚躍)하는 봄을 맞아 만물이 서로 어울리는 세상을 보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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