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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인 Jan 08. 2023

Covid 일지(2)

COvid 일지(2)


퇴근하자마자 보건소로 갔다. 선별진료소에서 접수증을 쓰며 S샘을 찾았다. 딸이 찾아보라는 직원이다. 아빠라고 했더니 반갑게 맞는다. 친절하게도 창구로 나와 구강과 콧구멍을 쑤셨다. '아빠를 닮아 착하고 이쁘군요' 연말까지 딸은 보건소 기간제로 일했다. 결과는 모레 나온단다. 증상란에 없음이라고 적었다. 아내는 여전히 목이 아프단다.


대만에서 입국하던 당시의 코로나 상황은 엄중했다. 각국에서 연일 사망자가 대량으로 속출하고 미국에선 시신을 콘테이너에 쌓아두기도 했다. 딸은 인천공항에서 KTX로 대구로 와서 구급차를 타고 집으로 왔다. 아내와 난 지인의 빈집을 빌려 이주간 생활했다. 여름이라 아이스박스의 팩을 매일 갈아 넣어야 했다. 담장 너머 딸에게 식료품을 던져주었다.  딸은 무증상으로 격리 기간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2003년 의학지 「백신」에서 바이러스의 창궐을 예고했다. 인류는 앞으로 얼마나 가공할 질병에 노출될 지 알수 없다. 툰드라지대의 동토층이 녹으면서 메탄과 바이러스가 출현한다. 인간은 첨단 기술로 달을 가고 우주 공간으로 탐사선을 쏘아 보내지만 인체와 질병은 여전히 숙제의 영역이다. 생명 과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은 백년 전보다 배로 늘어났지만 풀지 못한 신비는 양파 껍질처럼 되풀이된다. 게다가 지구 전역에서 무시로 벌어지는 전쟁과 학살, 범죄와 차별, 불평등과 부의 양극화는 인류의 숨통을 계속 조이고 있다. 욕망과 불안이 지구인의 화두가 된지 오래다. 밀도 높은 행복은 고사하고 소확행으로 삶을 꾸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삶에서 자잘한 즐거움 또한 소중한 행복이다. 하지만 뒤를 돌아볼 새 없이 자기 앞가림에 바쁜 현대인은 삶의 전선에서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먹방과 연예인의 뒷담화, 여행 프로에서 대리만족을 찾는 인간은 공허하다. 밀려드는 무한 경쟁의 공포와 불안을 메우는 공허는 공허로 채워지고 또 다른 공허가 남는다.


인류는 정의(定義)를 말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도달했다. 부정성이 본질이 된 삶은 아무도 믿지 못하고 심지어 자신조차 신뢰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환경에 처했다. 정치꾼과 기업가는 정의(正義)와 공정을 입에 달고 살지만 그것을 믿는 시민은 없다. 자유와 상식조차 위계화된 사회에서 그들만의 정의와 공정은 차별과 불평등의 이음동의어다. 의로운 사람들의 목소리는 벌떼처럼 달려드는 집단 무지성에 묻히고 운동장은 점점 기울어진다. 애초에 편평한 운동장이 있기는 했나.


제대로 된 정신에서 명랑하기란 나무에서 물고기 잡기처럼 어려워졌다. 우울감은 우울증으로 진화하고 약물로 다스리지 않는 한 의식을 추스를 수 없다. 알약을 욱여넣고 세상 밖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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