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
김영민 교수 칼럼집 읽다가 인생 영화라길래 보게 된 영화. 페미니즘의 교과서적인 영화라 한다. 이제야 보았다.
'허락 없이 더듬던' 죽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노망 든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안토니아. '남편 없이' 딸과 둘이서만 개선장군처럼 당당히 돌아온 두 여자는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오래된 집을 자기만의 색으로 새로 칠하고 메마른 땅에 씨앗을 뿌리고 밭을 일구며 남자 없이도 온전하게 살아간다.
서슴없이 여성을 희롱하고 아내를 종처럼 부리는 댄 일가를 벌 준 뒤, 마을 분위기는 완전히 바뀐다. 안토니아 모녀에 의해 새로운 질서가 생겼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여성을 억압하던 남성들은 기를 못 펴고 그걸 방관하던 주변 사람들은 새 흐름에 이끌리기 시작한 것. 성별과 상관없이 평등한 관계, 결혼 제도에 메이지 않고 자유롭게 섹스를 하는 남녀, 정신박약 장애인, 동성애자, 미혼모, 파계 신부, 3살 때 스스로 덧셈 뺄셈을 깨친 천재... 안토니아를 중심으로 모이는 사람들은 어딘가 '비정상적'인데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자유로움과 평온함이 감도는 마을이 되었다. 각자의 속도로 삶을 영위해나가는 공동체의 모습이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풍광처럼 자연스럽고 아름다웠다.
'여자가 음식을 하고 남자는 농사를 짓는다. 남녀가 사랑하면 결혼을 해야 하고,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아야 한다.'
당연하다고 배운 것들, 공고한 다수의 질서를 허물어도 세상은 무너지거나 뒤집어지지 않는다. 새 질서에 맞춰 조화를 이루며 살아진다. 지금 내가 메여 있는 것들은 당연한 것일까? 온전한 개인으로 살아가는데 불필요한 짐들을 벗어던지라고, 당돌한 질문을 던지라고 부추기는 영화. 예비 남편에게도 권했는데, 결혼 후에 함께 다시 보아도 유익할 것 같다. 우리는 어떤 춤을 추고 있을까.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