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소이 Nov 18. 2022

수납장을 채우며 나를 정의해보기

- 고요하면서도 착실히 반짝이는 생활일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나'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집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면서 '나'라는 소우주를 사뿐사뿐 걸으며 탐험해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방 치우기!


 수납장 위에 층층이 쌓여있는 책 무더기와 자리가 없어서 화장대에 마저 올려놓은 책들까지 모아서 일렬로 한편에 쌓아놓았다. 각종 서류는 관련 있는 자료들끼리 묶어서 파일철에 넣었다. 그렇게 수납장과 화장대 위에 어지럽게 놓여있던 책들과 종이 뭉치들을 말끔히 정리하고 나서 작은 수납장 하나를 비웠다. 그 빈 수납장 안을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로 채워 보기로 했다.


 내 색깔, 내가 좋아하는 것, 나를 상징하는 것들로 하나씩 채워 넣었다. 1단에는 스케치북과 미술도구들을 넣고 2단에는 예술과 경제 책을 가지런히 꽂아 놓았다. 3단에는 아이디어 노트와 독립출판 서적들로 채우고 그 옆에 스테들러 마카 세트를 넣은 수납통을 반듯하게 세웠다. 그리고 즐거운 것들을 그리는 작가-키미의 전시회에서 받은 입장권을 잘 보이도록 놓았다. 수납장 상판에는 JBL 블루투스 스피커,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 오스트리아 빈 여행에서 구입한 구스타프 클림트 그림을 놓았다.


 3단의 공간을 차지한 입장권에 적힌 문구 "GREEN DANCE LOVE"를 한 음절씩 차분히 따라 읽으면서 그 운율이 불러일으키는 리듬에 고개가 끄덕끄덕 기분 좋게 반응했다. 나를 알아가고 즐거운 것을 생각하는 감정이 이런 걸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담긴, 이 수납장 안에서 나의 세계가 자라나고 자라나는 세계를 보며 나를 만들어간다.

작가의 이전글 인생 탐구생활을 시작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