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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소이 Dec 02. 2022

평일 오후, 산책의 발견

- 고요하면서도 착실히 반짝이는 생활일기

 점심을 먹고 오후 시간이 되면, 옷을 갈아입고 천가방에 책을 넣어서 집을 나선다. 평일 오후에 즐기는 산책이 어느덧 일상의 루틴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사무실에 있는 동안 보지 못했던 풍경을, 천천히 걸어가면서 버스를 타고 스쳐 가면서 본다. 


 몸이 불편한 듯한 아들을 몸으로 지탱해주며 함께 산책을 하는 어머니, 오늘 먹을 찬거리를 담은 플라스틱 장바구니를 들고 천천히 걸어가는 할머니, 다정히 발을 맞춰 걸어가는 중년부부, 신나는 일이 있는지 활기차게 웃으며 걸어가는 학생들, 쓸쓸해 보이는 뒷모습을 길게 남기며 스쳐 지나가는 청년... 


 알고 있었거나 몰랐거나, 기억하고 있었거나 잊어버렸던 삶들을 이렇게 본다. 


 친구와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햇살이 눈부시고 바람이 살랑살랑 불면서 벚꽃 잎이 흩날리는 날, 그렇게 날씨가 너무 좋은 날 말이야. 창 밖으로 바깥 풍경이 보여서 나가고 싶은데 일해야 해서 나가지 못하는 날이면 일이 손에 안 잡히더라고." 그렇게 자신에게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던 것 같다. 


 평일 오후, 바라보기만 했던 벚꽃 잎과 낙엽을 이제는 손으로 잡을 수 있고 삶의 여러 풍경들 그 언저리를 걸으며 고요하고 가득 찬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이 시간이 나에게 행복이란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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