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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소이 Feb 03. 2023

달리기로 한 결심

- 고요하면서도 착실히 반짝이는 생활일기

 매년 새해가 되면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를 5가지 정도 정하곤 한다. 올해에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건 체력 기르기이다. 글을 쓰던 일을 하던 공부를 하던 여행을 다니던, 체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밖에 나가서 몸을 움직이는 운동을 하기로 했다. 가볍게 꾸준히 일 년 내내 할 수 있는 운동을 고민하다가, 내 머릿속에 떠오른 건 달리기였다.


 달리기 위해 준비해야 할 건 그리 많지 않다. 체온 떨어지지 않도록 얇은 옷을 겹겹이 입고 니트 비니를 머리에 눌러쓰고 발목을 부드럽게 보호해 주는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서면 된다. 난 집 근처에 있는 공원까지 15분 정도 걸어가며 몸을 풀어주고 공원에 도착하면 달리기를 시작한다.


 체육대회 계주를 뛰었던 이후 거의 처음으로 뛰는 것 같다. 숨이 가쁘게 몸을 움직인 게 정말 오랜만이다. 상체는 똑바로 세우고 양팔을 앞뒤로 흔들고 몸을 조금씩 위아래로 반동시켜 천천히 달렸다.


 공원에는 동네 주민들이 걸어가거나 뛰고 있었다. 영하의 추운 겨울, 혼자만의 달리기가 될 줄 알았는데 부지런히 발을 번갈아 내디디며 서로의 앞뒤를 채우는 그들의 존재는 은근히 힘이 되었다. 1분 달리기, 2분 걷기를 반복하며 숨이 가빠졌다가 느려졌다. 안개가 자욱이 낀 듯 갑갑했던 머릿속이 맑아졌다.  


 직접 몸을 움직여야 알 수 있는 게 있다. 달리기의 즐거움도 그중 하나다.


 마침내, 난 달리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최근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을 봤다. 개봉한 지 좀 되었지만 주변에서 계속 회자되는 영화라서 언젠가 꼭 봐야지 하던 걸 드디어 날을 잡고 본 것이다. 극 중 인물들이 던지는 대사 중 인상적이었던 건 '단어'와 '단어의 정의'로 만들어지는 대사들이었다. 인상이 깊었던지 영화의 일부 대사를 이번 글에 인용해보고 싶었다. 아마 난, 이 영화를 한번 더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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