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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소이 Jan 13. 2023

관계를 이어나가는 마음에 대하여

- 고요하면서도 착실히 반짝이는 생활일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얼굴을 마주치며 삶의 일부를 함께 공유했던 사람들. 그들과 직접 연락을 해야 만날 수 있는 사이가 되면 점점 서로를 잊어버리고 말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가령 거의 매일 출퇴근하던 직장을 떠났을 때, 내 삶 속에 자연스럽게 들어오던 사람들을 이제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겨우 만날 수 있듯이.


 지난 12월, 올 해가 가기 전에 보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 직장 동료들과 오랜만에 만났다. 시간이 주는 힘이랄까, 오랜 시간 같이 일해 온 사이라 그런지 어색하지 않게 안부를 묻고 꽤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여행 갔다 오면 곧 보자는 약속은 지켜졌는가 하면, 좀 더 먼 미래로 미뤄지기도 했다. 시간의 층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삶을 함께 채워나가던 인연들이 차츰차츰 일상의 테두리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을 느꼈다. 그리웠던 마음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로 가벼이 넘기게 되었다. 


 각자 살아내는 데 집중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서로를 조금씩 밀어낸다. 매일같이 만났던 직장 동료들, 친구들을 만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든다. 그런 관계의 변화가 아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이렇게라도 관계를 이어가고 서로의 안부를 물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냥 생각나서 그때 고마웠던 순간이 기억나서 뜬금없이 연락을 하고 관계를 간헐적으로 이어나가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 직장 동료들과 거의 7년 정도를 함께 일했고, 친구들과는 그 이상의 시간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 모든 마음이 완벽하게 맞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삶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고 곁에 오랜 시간 있을 수 있는 건 나와 그, 우리가 함께 존재하는 삶에 대한 성실한 마음 덕분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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