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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소이 Feb 17. 2023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

- 고요하면서도 착실히 반짝이는 생활일기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친구는 한 달 가까이 스페인, 포르투갈에 묵으며 행복한 추억을 많이 쌓아온 것 같았다. 여행 사진을 함께 보면서 그가 들려주는 여행 이야기에 나도 깊이 빠져들었다. 유럽 특유의 돌바닥, 좁은 골목길을 지나가는 트램, 즐거워 보이는 그의 미소,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이국의 윤슬. 모든 것에 매료되어버리고 만 우린, 대화에 몰입하여 해가 지는 줄도 몰랐다. 마치 시간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간 것처럼 신비로운 기분이 들었다. 


 카를로 로벨리 저, 책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에서 시간은 영속적인 게 아니라 사건으로 점점이 발생한다는 내용이 떠오른다. 즉 시간 그 자체로 당연히 존재하는 게 아니라, 확률적으로 존재할 수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알갱이(양자)의 형태라는 것이다. 시간이 양자로 되어 있어 각각의 사건들이 부딪치는 관계에서만 발생하는 개념이라면, 내가 느끼는 모든 시간을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 오늘 친구와 내가 함께 이야기하며 만들어낸 이 시간은, 서로 깊이 공감하며 대화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까.


 내가 지금 혼자 있든 누군가와 함께 있든 '실존하는 그 순간'에 마주치는 존재들에 최선을 다하고,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이 시간을 소중히 대해야겠다. 그리고 저자의 또 하나의 메시지 '시간은 물체에 따라 각기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말을 기억하며,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내가 이루고 싶은 모습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지키며 한 땀 한 땀 삶을 엮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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