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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소이 Mar 05. 2023

네가 좋아할 만한

- 고요하면서도 착실히 반짝이는 생활일기

 친구가 애정했던 카페가 영업을 종료한다는 소식을 듣고, 우린 바로 카페가 있는 지역으로 가는 시외버스 티켓을 끊었다. 언젠가 가야지 마음속으로 줄곧 생각하면서도 행동을 미뤘던 난, 이번이 아니면 영영 그 카페를 가지 못한다는 생각에 나답지 않은(난 극도의 계획형 인간) 선택을 했다.


 살짝 뭉클한 마음으로 카페 문을 조심히 열자, 사람들의 기분 좋은 웃음과 대화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우고 우리의 볼과 귀를 살포시 덮었다. 이곳이구나, 마지막이 아쉬우면서도 잔잔한 미소가 양볼을 당겼다. 친구가 가장 좋아했다는 창가 테이블에 얼른 자리를 잡고 음료와 디저트를 주문했다. 아늑하고 따스한 분위기에 잠시 각자의 생각에 잠긴 후 대화를 이어갔다. 


 그는 나에게 이 카페를 처음 소개해줄 때 '네가 좋아할 만한' 곳이라고 말했었다.


 네가 좋아할 만한. 그 말이 얼마나 다정한 말인지 곰곰이 생각했다. 그는 나에게 다른 카페도 추천하며 '네가 좋아할 만한' 곳이라고, 나는 그에게 서울 서촌의 사진 편집샵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네가 좋아할 만한' 곳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우리는 서로의 '좋아할 만한' 무언가를 추천해 주며 서로를 더욱 알아가고 그 무언가로 너의 기분이 좋아지기를, 삶이 더 풍요로워지기를 바란다. 


 '네가 좋아할 만한'이라는 말은, 너의 취향이 어떤 지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그리고 내가 널 평소에도 잊지 않고 생각하고 있다는 당당하고도 애정 있는 표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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