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소이 Jul 23. 2023

당신의 눈을 바라본다는 것

- 고요하면서도 착실히 반짝이는 생활일기

 따뜻한 커피에 달콤한 디저트가 생각나던 날, 마음속에 찜해두었던 카페에 갔다. 테이블이 서너 개 남짓인 작은 공간에 자리가 한자리 남아있어 운 좋게 앉을 수 있었다. 난 주문을 하면서 습관적으로 눈길을 아래로 내리는 경향이 있는데, 낯선 타인의 눈길이 부담스럽다거나 내 눈길을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서이다.


 이번엔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상냥하게 웃으며 내 눈을 바라보는 직원분의 눈을 마주 보게 되었다. 동그란 눈을 살짝 기울이며 상냥하게 건네는 말에 나도 기분 좋은 웃음을 짓게 되었다. 


 언젠가 한 번은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똑바로 그의 눈을 바라보니 자연스레 눈길을 옆으로 돌리는 그의 모습에 당황했던 적이 있다. 내가 부담스러운 건가 생각이 들면서 약간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우리의 대화는 오래가지 않았고 쉽게 헤어졌던 것 같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의 눈을 마주 보며 이야기하면서 가끔 이유 모를 긴장감이 들 때가 있는데, 어쩌면 내 마음을 그의 마음과 연결하는 데 용기 혹은 신뢰가 필요하기 때문일 거란 생각이 든다. 준비가 된다면 그 눈을 피하지 않고 결국 마주 보며 서로를 직시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눈을 보며 대화를 한다는 건, 당신을 지나치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것을 잊지 않고 살아가려 한다.

작가의 이전글 서울, 어느 에스프레소바의 창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