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소이 Jul 27. 2023

영국 하트퍼드셔의 창문

- Through someone's window

2023.07 


여름에 만난 설경

 지금 눈이 내리는 풍경을 보고 있다. 마당에 우뚝 서 있는 나무에 푸른 잎 대신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있다. 잉글랜드 남동부에 위치해 있다는 하트퍼트셔(HERTFORDSHIRE)의 어느 마당에 가지만 앙상이 남은 나무가 서있다. 그 위에 쌓인 눈과 흩날리는 눈송이들을 보면서 내가 있는 곳의 여름이 생경하게 느껴졌다.


 창가에 오도카니 자리한 목각인형이 된 것처럼 눈 날리는 바깥 풍경을 멍하니 보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멍하니 창밖을 보곤 했다. 세상이 빗소리에 갇히는 시간이나 눈으로 소리가 사라지는 시간이 이상하게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요즘 여러 가지 일이 겹치면서 하루를 촘촘히 살아가고 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면서 마음을 다잡고, 이루고 싶은 일을 해내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일정을 마친다. 하루가 눈 깜짝할 새 없이 지나가고 금방 밤이 찾아온다. 


 바쁜 게 디폴트가 된 것 같다. 하루를 일정으로 빽빽이 채워야 안정감을 찾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주변의 속도를 의식하면서 난 너무 느린게 아닐까 불안해하기도 한다.


 가끔은 이렇게 창밖을 보면서 잠시 모든 행동을 멈추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잃지 않기 위해, 인생이라는 긴 여행을 지치지 않고 차분하게 즐기기 위해.



(사진 출처 : WindowSwap)

keyword
작가의 이전글 당신의 눈을 바라본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