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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소이 Nov 20. 2023

사랑이 늘 반짝이는 건 아니지만

- 사랑의 초상

 난 그와의 공통점을 탐욕적으로 찾으며 우리의 사랑이 얼마나 공고한가를 확인했다. 우린 음식 취향, 여행지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 좋아하는 영화 장르가 비슷했고, 둘 다 책을 좋아하고 소박하고 의미 있는 물건을 모은다거나 조용한 곳을 산책하는 것을 좋아했다. 공통점을 찾아가며 우린 함께 웃고 반짝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뿌려주는 마법이라도 있는 걸까. 전혀 모르는 타인이 우리의 뒷모습이 예쁘다며 사진을 찍어서 건네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 사진 속에서 우린 노을빛에 반짝였다.


 그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아련한 설렘으로 남아있지만, 때론 외롭고 쓸쓸하기도 했다. 그는 매번 내 이야기를 성실하게 들어주었지만, 이야기가 끝난 후 가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린 그를 보며 외로웠다. 어느새 둘 중 누군가 말문을 열어 침묵의 시간을 살그머니 깨뜨리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내가 관심 있는 것을 그도 늘 관심 있기를 바라는 건 이기적인 거겠지, 서운했던 그 마음이 부끄러워 끝내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꾹꾹 눌러 담았다. 


 그래도 난 여전히 그를 사랑한다. 그를 알기 전에는 무심코 지나갔던 시간과 공간, 사물과 매체가 이제는 내게 추억이 되고 의미를 갖는다. 그 안에 사랑이 있다. 손글씨로 다정한 말을 담아 건넨 손바닥만 한 카드와 자기 전 서로에게 건네는 안부가 고단했던 하루를 잊게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 사랑하는 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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