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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소이 Nov 10. 2023

너의 손이 내게 닿았던 순간

- 사랑의 초상

 문득 사랑이 막 피어올라 영글어지던 때가 떠올랐다. 서로의 손가락 끝이 닿을 듯 말듯한 거리로 떨어져 걸었던 어느 저녁의 산책길과, 주저하다가 결국 결심을 한 듯 살며시 서로에게 뻗었던 손들과, 부끄러움과 설렘이 담긴 눈동자들.  


 처음 느꼈던 떨림의 순간이 다음의 떨림으로 이어지고 그 떨림이 내 안에서 진동한다. 그리고 우린 어느새 서로의 손길과 마음을 흔드는 울림에 익숙해진다. 허공에서 방황했던 손가락들이, 상대방의 얼굴을 몰래 보다가 들켜 흠칫 놀란 눈동자들이, 두근거리는 심장박동이 풋풋하고 어리게 느껴진다.


 그래도 난, 여전히 그 어색하고 서툴렀던 설렘의 순간들이 소중하고 그립다. 다듬어지지 않아 까슬한 털뭉치를 조심스레 손으로 굴리는 것처럼, 너에게 닿는 말 한마디, 손길 하나가 너를 기쁘게 해 주기를 바라면서 너에 대한 사랑을 조금씩 다듬어가는 노력의 시간이 내 안에 켜켜이 쌓여있다.


 우린 그렇게 서로의 떨림을 자기 안으로 받아들이면서 공명하는 시간을 쌓아 나간 게 아닐까. 


 네가 등 뒤에서 나를 살며시 안고 내 청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잠시 네 몸에 살짝 기대어 순간의 두근거림과 행복함에 빠져든다. 이 순간이 좀 더 지속되기를 바라면서.


 너의 손이 내게 닿았던 떨림의 순간들이 내 가슴을 묵직하게 누르며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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