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소이 Nov 27. 2023

우리의 시간이 끝나더라도

- 사랑의 초상

 처음 만난 순간부터 심장이 터질 듯 뛰거나 황홀함에 어질어질했던 건 아니다. 어느 평범했던 날, 우연히 그와 눈이 마주쳤고 자연스레 그의 모습이 계속 눈에 들어왔던 것뿐이다. 그러다 그에게 말을 걸고 싶어 졌고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어 졌고 조금 더 가까이 있고 싶어 졌던 것뿐이다. 


 종이에 서서히 번지는 수채화 물감처럼, 자연스레 그가 내게 스며들었던 것뿐이다.


 사랑을 하면 나오는 호르몬이 3년이 지나면 농도가 감소해서 처음 느꼈던 열정과 애정이 가라앉는다고 한다. 그와의 사랑은 3년의 시간을 넘어 흐르고 있다. 우리 몸속의 호르몬도 우리처럼 느긋하게 나오는 걸까, 그래서 3년보다 더 긴 유효 기간이 주어진 걸까. 


 그를 알아갈수록,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그에 대한 마음은 겹겹이 쌓여 농도가 더 짙어지는 것 같다.  우리의 사랑은 천천히 흐르고, 더디게 변한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서로를 기다리며 반갑게 손을 흔든다. 


 우리에게도 사랑의 유효 기한이 끝나는 날이 올까. 만약 오게 된다면 그에게 못해준 것에 대한 후회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서 그를 사랑하고 싶다. 당신을 그 이상으로 사랑할 수 있었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에 대한 사랑, 배려, 친절함을 아낌없이 끄집어내어 서로를 기다리던 자리가 텅 비게 되더라도 많이 쓸쓸하지 않도록.


작가의 이전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