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편에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는 말, 369 법칙으로 3, 6, 9년마다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최대치가 된다는 말, 모두 나에게 해당하지 않는 말인 줄 알았다. 회사에서 겪는 경험이 매일 새로웠기에. 그 새로움은 더욱 호기심을 자극해서 다음 날을 더 궁금하게 했기에. 그렇게 반짝였던 순간이 모여서 긍정의 에너지가 충만했던 시간을 건너다가 갑자기 만난 불운을 앞에 두고 주춤했다. 매일 마음을 강하게 먹자고 다짐해도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좌절했고 다음 날이 두려웠던 나날들.
결국, 퇴사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단계까지 왔다. 퇴사해서 이곳을 떠나면 고통이 사라질 거라고 믿었다. 회사에서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을 때였다.
“내 비밀 맛집 알려줄게. 같이 밥 먹으러 가자.” 같은 팀에서 일하던 A 대리님이 내 어깨를 톡 치며 얼른 퇴근하라고 눈짓을 했다. 옆 팀 친한 B 대리님도 함께 가기로. 꽤 많이 온 듯한 A 대리님과 같이 몇 번 온 적 있다는 B 대리님은 자연스럽게 메뉴를 시키고 소주도 한 병 시켰다.
“그만두려고 생각 중인 거 안다. 속이 어지러울 땐 이 따끈한 닭백숙탕 국물에 소주 한잔 먹으면 풀리더라. 유명 맛집 되면 못 올까 봐 너한테 특별히 알려주는 거니까 어디 가서 많이 소문내지 마.”
소주 석 잔이 맑은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그렇게 한잔, 두 잔, 한 병, 두 병 마시면서 대리님들은 그만두지 말라고 같이 좀 더 일하자고 다독였다. 힘든 일이 뭔지 왜 그만두는 건지 물어봐도 말할 수 없었다. 멋쩍게 웃으며 약한 불에 끓인 국물을 호로록 마시고 소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대리님 말을 먼저 들었기 때문일까. 정말 어지러운 속이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그날 이후로 A 대리님, B 대리님, 나 이렇게 셋이서 매주 월요일 그 비밀 맛집에 모여 밥을 먹었다. 대리님들은 밥을 먹으면서 매번 그만두지 말라고 밥 먹이는 거라 말하고 나는 계속 별 대답 없이 웃기만 하고. 그런데 어느샌가 월요일 저녁을 기다리게 됐다. 대리님들이랑 맛있는 밥을 먹고 웃으면서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풀어내며 마음이 따뜻하게 녹아내렸다.
투박하지만 따뜻했던 그들만의 위로법이 통한 걸까.
그렇게 난 퇴사한다는 마음을 다시 넣어두고 다니게 되었고, 대리님들과 더 많은 저녁을 함께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