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 출근을 하기 위해 알람을 끄고 몸을 일으킨다. 몸과 마음이 언젠가부터 물에 젖은 솜처럼 처지기 시작했다. 거울을 보며 활짝 웃으면서 하루하루가 반짝였던 때가 있었던 것 같은데 가물가물하다. 반복되는 일상에 자신을 묻어버려서 몸도 마음도 무거워진 걸까.
출근길 지하철 안은 사람들이 테트리스처럼 겹겹이 쌓여 내 몸 겨우 집어넣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들어가야 사무실에 늦지 않게 도착한다. 옆 사람의 발을 밟지 않기 위해 앞사람의 머리카락에 얼굴이 닿지 않기 위해, 고개를 모로 돌리고 몸은 한쪽으로 뒤틀린 이상한 자세를 유지하다 보면 몸이 뻣뻣이 굳어진다. 지하철에서 빠져나오면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부루퉁하게 부어있고 눈은 피곤함에 가늘어졌다. 나도 그런 모습이었겠지.
아침에 집을 나서면 맨 처음 만나는 사람은 아파트를 관리해주시는 경비 아저씨였다. 난 언제나 먼저 가서 활기차게 인사드렸다.
아저씨는 환한 미소와 함께 “출근하는구나, 잘 다녀와라.”라고 답해주었다. 전날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속상하거나 야근을 많이 해서 힘들 때도 다음 날 아저씨의 인사를 들으면 그 순간만큼은 싹 잊혔다.
잘 다녀오라는 말은 나에게, 회사에서 힘들더라도 안락한 보금자리가 있지 않니, 그 보금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지치면 돌아와서 쉬렴이라고 들렸다. 내가 아주 어린 초등학생일 때부터 자란 모습을 봐온 아저씨는 가까운 삼촌처럼 대해주었다.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 견딜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아저씨의 따뜻한 인사 덕분이었을지도.
더 오래 이어질 줄 알았던 아저씨와의 아침 인사는 예상치 못한 마지막을 맞이했다. 살던 집을 포함한 아파트 단지 전체가 재건축에 들어가서, 우린 이곳을 떠나야 했다. 아저씨에게 이별의 선물로 손수건을 건네면서 터질 것 같은 울음을 겨우 삼켰다. 따뜻한 미소를 머금은 아저씨의 인사는 그때 이후로 볼 수 없었다.
아저씨가 없는 새로 이사한 집에서의 첫 출근 날. 출입문을 나서면 항상 보였던 아저씨를 더 볼 수 없었다. “오늘도 일찍 출근하는구나, 힘내고 잘 다녀와라.”라는 말이 어디선가 들릴 듯 두리번거렸다. 이제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아저씨와의 따뜻한 아침 인사는 이제 과거에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출근하는 길 이사한 동네의 화단에서 아저씨가 좋아했던 꽃을 발견하고 가끔 그렇게 아저씨와의 인사와 말을 추억하며 그리워하는 것으로, 아저씨를 내 마음속 한 켠에 새겨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