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빨리 가는 시간이 나에게는 한없이 더디게 가는 시간이 있다. 바로 옆에 함께 있다고 생각했던 순간이 모여 점점 서로에게 멀어져 간 시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서로를 공감했다고 생각했던 순간이 모여 결국 서로를 느낄 수 없었다는 감정이 허탈하게 남는 그런 시간이 있다. 타인의 행복이 나에게 불행이 되고 나의 행복이 타인의 불행이 되기도 하는, 시간의 상대성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 난, 두 손을 모아 각자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의 속성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도, 서로를 다치지 않게 하는 시간이 되게 해달라고 다시 기도한다.
입사한 지 1년이 지나기 전, ‘그 시간’을 느낀 적이 있다. 그리고 마음에 감기가 들었다. 그때 나를 잃을까 걱정될 정도로 앓았던 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고 어느 것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몸에 ‘그날’의 긴장과 울분이 각인되고 말았다. ‘그 시간’이 다가오면 석상처럼 굳어버린 몸을 움직이기 위해 잠든 스위치를 눈물로 꾹꾹 눌러가며 한없이 더디게 흘러가던 ‘그 시간’을 참아냈다.
감기를 꽤 오래 앓았던 것 같다. ‘조금만 지나면 나아지겠지. 내일은 달라지겠지. 모레는 낫겠지.’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며 버텨낸 시간이 2년을 넘어갔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지만, 내 안의 석상은 희미해진 표정을 지은 채 오도카니 침식되어서 난 그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의 난, 살짝 건드려도 부서져 버릴 정도로 마음이 약해졌던 것 같다. 내가 너무 예민한 것은 아닌지, 무던하게 넘길 수 있었는데 괜히 나 혼자 상처받은 건 아닌지 나의 나약함을 탓하며 두 무릎에 얼굴을 묻고 밤을 지새우곤 했다.
그래도, 정말 나약한 나일지라도,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날의 ‘그 시간’을 생각했다. 잘해보려 했던 행동과 마음이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버린 것을 무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그때 그 순간을 떠올렸다. 과거의 내 당황한 얼굴이 현재의 내 애달픈 얼굴과 마주하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무릎에 파묻었던 2년 동안 쌓인 나의 얼굴들.
그 얼굴들을 따뜻한 손으로 어루만지며 ‘오늘도 잘 버텨냈어. 잘했다.’하고 말해줬다. 언젠가 이 감기가 나을 거라고 믿으며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