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이 유난히 차던 어느 날, 조심스레 내민 손에 귤이 올려져 있었다. 맛있어서 혼자 먹기에 아쉬웠다고. 평소 말수가 적은, 옆에 앉은 신입사원이 용기를 낸 것 같았다. 긴장된 표정으로 귤을 내미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반갑기도 해서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예전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난 말수가 유난히도 적은 데다 낯가림이 심한 신입사원이었다. 옆에 앉은 동료에게 말을 걸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다가 출출할 때 먹으려고 쟁여놓은 쿠키가 눈에 띄었다. 그때 내 얼굴에도 뭔가 해보려는 용기와 긴장이 묻어 나왔을까. 쿠키를 받은 사람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던 게 기억난다.
오후 3시쯤이 되면 서서히 에너지가 떨어진다는 신호가 온다. 과자 한 봉지를 뜯어서 하나하나 나눠주거나 낱개 포장된 빵과 과자를 건네는 팀원들이 팀에 에너지를 다시 불어넣는다.
조그만 과자에도 까르르 웃으며 활기차게 보냈던 그날의 오후.
과자 하나, 사탕 하나, 초콜릿 하나, 귤 하나가 우리의 마음에 달콤함을 떨어뜨려서 미소 짓게 하고 이야기하게 하고 서로의 마음에 다가가게 해 준다. “지금 먹는 이 과자는 제가 평소 퇴근하고 자주 먹는 건데, 퇴근해서 먹을 때보다 훨씬 맛있는데요.”라는 예찬론까지 펼쳐진다.
‘커피 한잔하죠, 식사 한번 같이해요.’ 의례적으로 보이는 인사는 인연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노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먹는 것’이 관계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면 주변에 너무도 많은 ‘먹을 것’이 펼쳐져 있고 그중 하나만 선택해서 건네면 된다.
그때 그 겨울, 과거의 내가 그랬듯이 긴장하며 건네준 그가 준 귤, 근래 먹은 귤 중에 단연코 가장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