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샤워

by 천소이

퇴근하는 길, 하늘이 주황색으로 가득 물들었다. 보랏빛도 살짝 감도는 하늘을 바라보며 걸었다. 나의 손을 바라보니 노을빛에 물들었다. 그날따라 노을빛이 강하게 도시를 비추고 그 말도 안 되게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노을로 샤워를 한 것 같았다. 총총 지하철로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가던 길을 멈추고 하늘을 봐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제 지하철을 타면 이 아름다운 하늘을 못 보고 지하철 안에 갇히게 될 테니 그전에 행복 지수를 높여야 한다고.


“오늘따라 하늘이 정말 아름다워요.”


옆에서 함께 걸어가던 동료에게 감탄 섞인 말을 건넸다. 그의 얼굴은 이미 노을을 담고 있었다. 노을에 환하게 적셔진 미소에서 내 생각과 같은 대답을 들었다.



아름다운 것을 볼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같이 보고 싶고 느끼고 싶다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존재만으로도 행복할 것이다. 서점에 들러 책을 보다가 마음에 울림을 주는 글귀를 발견했을 때 아끼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사람이 있음에 감사할 것이다. 소품 가게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눈으로 만지작거리면서 나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조그만 것을 발견했을 때 나를 이만큼이나 사랑하고 아낄 수 있음에 행복할 것이다.


보랏빛 저녁노을이 하늘을 뒤덮던 그날, 행복한 퇴근길을 함께 걸었던 우리를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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