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클라이언트에게

by 천소이

살면서 다양한 청첩장을 받아봤다. 지금까지 많은 청첩장을 받았지만, 단 하나도 똑같은 디자인이 없었다. 일러스트로 신혼부부 그림을 넣었거나, 단정한 전통 문양으로 장식했거나, 단순한 꽃과 리본으로 마무리를 하는 등, 다들 비슷한 카드회사에 의뢰했는데 디자인은 전부 달랐다. 카드 제작업체에서 마련한 시안으로 우리의 취향에 맞는 청첩장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만 만들 수 있는, 우리의 느낌이 묻어나는 청첩장을 직접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내가 그림을 귀엽게 잘 그리니 디자인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미적대는 내게 그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청첩장이 될 거라고 나를 설득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고유의”라는 말은 나를 움직이게 하는 단어들이다. 결국, 해보겠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그의 얼굴이 전등에 불을 켜진 것처럼 환해졌다. 그 미소에 난 어쩔 수 없이 또 그의 부탁을 들어줬다.


다양한 색을 넣는 것보다 깔끔한 선 일러스트로 청첩장을 채우기로 했다. 나와 그의 모습을 귀여운 느낌이 나는 비율로 그려 넣었다. 맨 앞장에는 그와 내가 손을 잡고 서 있는 모습, 펼친 두 면에는 우리가 전하는 말을 말풍선에 넣어 한 귀퉁이에서 고개를 빼꼼 내미는 모습으로 담았다. 뒷장에는 약도를 그려 넣고, 가는 방법에 따라 우리가 걷는 모습, 자동차를 탄 모습, 버스를 탄 모습을 마크로 만들어서 그려 넣었다. 오랜만에 아이패드를 열어서 그림을 그리는 앱을 열었다. 레이어를 추가하고 도구를 여러 가지로 바꿔보며, 그림에 가장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아 나갔다. 잊고 살았던 그림에 대한 열정이 불타오르는 걸 느꼈다.


며칠 후, 그에게 시안을 보여줬더니 너무 귀엽다며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수고했다며 토닥여주자 창작의 고통으로 시름 했던 지난날이 단번에 잊혔다. 그러나 잠시 후, 그는 뜸 들이며 말문을 열었고, 난 살짝 불안해졌다. 한 번에 확정될 줄 알았던 난, “그런데”로 시작하는 그의 말을 애써 모른 척하며 괜찮지 않냐며, 이대로 제작해도 좋겠다고 끊임없이 말을 쏟아내며 최종본으로 만들기 위해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그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부분을 아주 살짝만 옆으로 옮기면 우리가 더 예쁘게 잘 살아날 것 같은데, 부탁해도 될까?” 덧붙여서 이렇게 말했다. “힘들면 그대로 둬도 되는데, 그래도 조금만 움직이면 더 예쁠 것 같아서.”

난 검지에 힘을 주고 아이패드의 전원을 다시 켰다.


세 번의 수정을 거쳤다. 자상한 말투에 상세한 요구사항을 슬며시 끼워 넣는 클라이언트의 재주를 당해낼 수 없었다. 세 번째 수정을 받았을 땐 이대로 충분하다고 말하려고 했으나, 그는 낌새를 바로 알아챘는지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며 비장의 무기를 썼고, 난 그의 요청을 들어주고 말았다. 그의 요청을 받아서 수정한 디자인은 처음보다 훨씬 자연스러웠고 비율이나 배치도 어색하지 않았다. 조금씩 수정을 했을 뿐인데, 미묘하게 달라진 부분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수정하지 않고 넘어갔다면, 마음 한구석에 아쉬운 부분이 남았을 것이다.


누군가 요청하면 상대방이 들어주고, 의견이 차이가 나면 신경전을 벌이기보다 공동의 목표를 생각해서 마음이 상하지 않게 할 방법을 찾아 나갔다.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그의 행동은, 우리를 위해서임을 알기에, 나도 결국 그와 함께 이루는 일이 더 잘되기를 바라며 함께 행동했다. 서로 맞춰가며 사는 법을, 이렇듯 아주 사소한 일에서도 알아간다.

이전 05화서로를 마주하는 시간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