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8. 매미
가로등 그늘 아래 어린아이 엄지손가락만 한 것이 놓여 있다. 천진난만한 반려견과 무책임한 반려인이 흘리고 간 배설물인가 싶어서 살짝 피해 지나치려는데 꿈틀~ 움직인다. 굼뜬 동작이지만 왠지 굉장히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 같다. '여기요! 여기 좀 잠깐만 봐주세요~' 하고. 내키지 않았지만 주인가족에게 버림받은 불쌍한 개똥(으로 추정되는 것)을 살펴보기 위해 걸음을 멈췄다.
매미 유충이다. 어쩌다 길을 잘못 들어 사람들이 오가는 보도 한가운데로 나와버린 모양이다. 길게 휘어진 다리는 나무가 아닌 매끈한 보도블록에선 거의 속도를 내지 못했다. 오도 가도 못하고 기진맥진하던 차에 내가 지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매미 유충은 앞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겁에 질린 채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물론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니겠지만.
손가락 위에 태운 유충이 나무줄기를 단단히 잡을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잠시 심호흡을 하는 듯하더니 천천히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무려 7년 만의 외출 - 매미는 약 7년을 땅 속에서 굼벵이로 살다가 나무에 올라와 날개를 펴고 짝짓기를 한다. 이 과정을 우화 羽化라고 한다 - 인데 하마터면 너무나 어이없게, 무심히 지나던 이의 신발이나 자전거 바퀴에 밟혀 생을 마감할 뻔했다. 세찬 소나기가 다시 쏟아지기 전에, 일찍 일어난 새들이 먹이를 찾아나기 전에, 다음 임무를 위한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하기를.
Ground cotrol to Major Tom.
10, 9, 8, 7, 6...
Commencing countdown and engines on.
5, 4, 3...
Check ignition & may God's love be with you.
2, 1, liftoff.
무심결에 보위 Bowie의 스페이스 오디티 Space Oddity를 흥얼거리며 매미를 올려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우렁찬 매미 소리가 이중창을 뚫고 들어와 이부자리에 누운 내 머리맡에 와닿는다. 우웨엥 웨잉 웨잉 웨잉 웨잉 웨잉 웨잉 웨엥 웨에에에에에엥~ 메이져 톰이 궤도에 안착한 모양이군. 오늘부터 한 달 남짓한 그의 마지막 비행이 시작된다.
This is ground control to Major Tom.
You've really made the grade.
And the papers want to know whose shirts you wear.
Now it's time to leave the capsule if you dare.
미국에서는 올해 13년과 17년 주기의 매미가 동시에 우화 한다고 한다. 1803년에 이어 221년 만으로, 그 수는 약 1천조 마리가 될 것으로 예상… 누가 천조국 아니랄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