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서 미안하다
제가 사는 지역에 페스티벌이 열린다네요
유명가수들도 많이 오고 , 아주 큰 페스티벌이 열리는 데
우리 집 똥똥이도 친구들이랑 함께 놀러 간다고 합니다
이젠 다 커서 엄마랑은 절대로 같이 안 갈려고 하네요, 섭섭하게 말입니다
저한테 이것저것 물어보더군요\
"어느 친구는 어느 동네 살고, 어느 친구는 어느 동네 사는 데 어디서 만나야 할까?"
에헤라디야 제가 아는 동네들이군요
제가 아주 타고난 길치이고.. 3대 멀미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차멀미 , 숫자멀미, 지도멀미 증세가 있습니다
차를 타면 멀미를 하고 숫자를 보면 거의 현기증이 일어나고
지도를 보면 무슨 미로 속에 갇힌 기분이 들 정도로 지리랑은 안 친한 저인데요
아주아주 타고난 길치인데 , 예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지요
신랑이 술을 먹고 너무 늦게 들어와서 정말로 화가 나더군요
그 화를 품고 저는 동네 뒷산으로 올라갔고 오르면 오를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서
분노도 좀 가라앉힐겸 올라갈 수 있을 만큼 올라가자 싶어서 계속 올라갔더니
산 정상에까지 가버린 겁니다 , 얼떨결에 정상 등극.. 물론 해발은 그렇게 높은 산이 아니었고요
물병도 없이 핸드폰 하나 달랑 들고 등산장비도 없이 그냥 무작정 등반했는데 정상에 도착했죠
그때의 기분은 신랑에게 화난 거 다 풀리고도 남을 정도의 뿌듯함이 몰려오더라고요
기분 좋게 산을 내려왔는데 내려오는 도중에 신랑의 전화 한 통이 없더군요
부인이 산에 가서 돌아오지 않고 있음에도 전화 한 통 하지 않는 처사에 또 새삼 열이 오르더군요
다시 오른 열을 삭히면서 하산을 했는 데
순간 "여긴 어디고? 난 누구?" 이런 대사가 떠오르더군요
완전히 엉뚱한 곳으로 하산을 해 버린 거지요 , 전혀 모르는 동네로
어쩔 수 없이 저는 신랑에게 울면서 SOS 전화를 걸었고 그때까지 자고 있던 신랑 깜짝 놀라
"어딘데? 데리러 갈게"...라고 말을 했으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거기가 어딘지를 모른다는 거였습니다
"몰라 , 여기가 어딘지 전혀 모르겠어"..라고 하소연했더니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 아니 아무나 붙잡고 세워서 전화 바꿔봐"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급히 사람을 섭외해서 신랑을 바꾸어주었고 , 저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요
너무 열 받아서 오른 산행 잔뜩 벼르고 올랐던 산이었거만 완전 전세 역전당해서
"정말로 내가 너 때문에 미친다 , 거기가 어디라고 ".. 라면서 돌아오는 내내 잔소리를 들었지요
저는 훌쩍이면서 "미안해"라면서 누구 때문에 산에 올랐다는 사실은 잊혀버린 거죠
제가 그날 하산한 동네는 제가 완전 산을 하나 타고 넘어간 정반대의 동네였습니다
어디든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다녀야만 길을 익힐 정도로 정말로 길눈이 어두운 저인데요
그리고 지리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요
이런 저가 우리 똥똥이가 말하는 동네들을 알았을 때의 그 기분은 자신감 충만
답변 척척...........................
"뭐야? 다 아는 것처럼 말하더니"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덴 10분도 걸리지 않더군요
하아.., 정말로 몰라서 미안하다 똥똥아라고 사과를 하고 말았네요
엄마는 말이야 정말로 완벽과는 거리가 멀고 도 먼 사람이란다.
그래도 다행인건
똥똥아 아빠는 숫자랑 지도랑 차랑 아주 친하잖니
이 얼마나 다행이니 , 엄마가 약점을 보완해줄 사람을 아주 잘 골랐잖니
그래서 넌 지금 숫자에 아주 강한 아이잖아.., 엄마가 약점 보완을 잘못했으면
너도 엄마처럼 3대 멀미 증상을 가질 뻔했다는 걸 알아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