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탈스러운 부인 & 센스 없는 남편
똥똥이가 방학을 해서 집에 와 있는 시간들
집이 꽉 찬 느낌도 들지만 어디선가 몰려오는 스트레스들
거기에 내 속에 잠재되어 있는 풀지 못한 울화병들
직장일이 뜻대로 안 되고 인간관계도 모든 게 얽히고설킨
너무 힘든 나날들
1주일 전에 제가 너무 김치볶음밥이 먹고 싶더군요
회사에서는 절대로 주지 않는 메뉴.
집에서만 먹을 수 있는 그런데 집에는 쉰 김치가 없는 상황
나는 병원을 가기 위해 외출을 하는 상황
똥똥이도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나간다는 상황
이럴 때 신랑이 따라나서서 병원 다녀오면서 사 먹고 오자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신랑에게는 1순위는 무조건 똥똥이
저도 뭐 똥똥이가 외출하는 데 신랑이 배웅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그냥 혼자 병원으로
병원 진료를 다 받고 나오는 데
문자가 왔더군요, 저희가 예약한 리조트의 바우처가 나왔다고
구정 연휴에 베트남 다낭 여행을 갑니다 [살기 위해서 , 돈도 없어서]
돈 많은 사람들이 국내 여행하는 거지 돈 없는 사람들은 동남아 쪽으로 간다는 요즘 시대죠
저 정말로 살기 위해서 너무나도 갑갑한 이 나라를 잠시라도 떠나고 싶어서 갑니다
여행경비는 신랑이 몇 년을 모았는지 모르겠지만 알뜰살뜰 모아서 준 돈으로
저만을 위해서 사용하라고 준거지만 , 울 가족 모두 해외여행이라는 큰 결단을 내렸습니다
해서 여행사를 통해서 비행기와 숙소까지 모두 예약을 했지요.
그때 예약한 숙소의 바우처가 나왔다고 저한테 문자가 왔더군요
신랑이 바로 찾으러 간다길래 저도 마침 밖이고 해서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똥똥이는 10시에 약속임에도 불구하고 9시에 나갔다고 하더군요
똥똥이파들 참 범생이 군단 아니랄까 봐 약속시간보다 늘 30분은 기본으로 일찍 온다네요
잘되었다 싶었습니다.
바우처 받아오는 김에 그토록 먹고 싶었던 김치볶음밥 먹고 들어가면 되니까요
그런데 이 신랑 센스도 없고 , 눈치도 없고
아침에 제가 그렇게 먹고 싶어 했던 걸 고대로 까먹고 다른 메뉴들을 말하는 겁니다
저 순간 나 놀리려고 농담하나 싶었는 데.
아니더군요
정말로 제대로 속이 확 터져버리더군요, 눈물도 나고 왠지 서럽기도 하고
그래서 그 길로 집으로 돌아와 그냥 이불 뒤집어써고 누웠더니 "00 이 또 시작이냐?" 하면서
버럭 화를 내는 신랑., 본인도 짜증이 나긴 했을 겁니다.
제가 한번 화나면 말도 안 하고 눈도 안주는 스타일이거든요
하지만 요즘 제 마음속에는 여유라고는 1%도 존재하지 않는 시기라서
정말로 토요일까지 일하니까 지랄 맞은 상사 만나서 병원도 잘 못가., 조퇴는 꿈에도 못 꿔
주 52시간 같은 삼겹살 쌈 싸 먹는 소리는 먼 나라 이야기고.
정말로 몸도 마음도 너무 지치고 힘이 든 시기라서 모든 게 싫고 짜증 난 상황인데.
이 눈치 없는 신랑이 제대로 화산고를 건드린 거죠
해서 1주일간 정말로 상대도 안 하고 카톡이 와도 개무시하고 신랑이 감기로 고생해도 개무시
말을 걸어도 개무시.
그런데 이 신랑이 왜 제 얼굴을 보고는 미안하다고 사과를 안 할까요?
진정으로 진심으로 전달되는 건 얼굴 보고하는 사과인데
카톡으로만 일이 힘들고 몸이 고단해서 그런 거 다 안다고 , 센스 없는 신랑이라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마주 보면서 그런 말을 안 해주니 더더욱 성질이 돋워지더군요
그러면서 똥똥이를 봐서라도 화를 풀어달라는 데, 순간 애 뒤에 숨나? 이런 생각까지
마음의 여유가 없다 보니 모든 게 아니꼽더군요.
친한 친구는 원수 같은 직장상사랑 싸우고 사직서 던진고 가버린 상황
친했던 동생은 내가 가장 필요로 한 순간에 나를 외면하길래 버려버린 상황
어디서든 하소연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집에서만이라도 좀 내 투정받아주었으면 하는 마음
저 정말로 살기 위해서 이 나라를 잠시 떠나보는 겁니다
잠시 기분이라도 전환하고 나면 제 마음에 여유가 좀 생기지 않을까 해서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그렬러니 합니다" 하지만 속은 뭉개질 만큼 뭉개져 있거든요
해볼 때까지 해보고 안되면 그땐 사직서를 던져야겠지요
제 목숨보다 소중한 건 없으니까요, 아무리 경기가 안 좋아도 저 하나 재취업할 곳 없겠습니까
이런 심정으로 억지로 억지로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저한테 그나마 힘이 되어줘야 될 신랑이
제 마음 하나 몰라주니.
그래서 어제 20년 만에 머리를 정말로 짧게 단발에 가깝게 잘라버렸습니다
제 마음이 얼마나 우울한 지 제일 잘 알아주는 건 미용실 원장님인지?
어찌나 머리를 이쁘게 만들어 주시던지
그 순간 신랑에 대한 용서의 마음이 싹트더군요
너무나도 힘들었기에 머리카락이라도 잘라내면서 기분전환을 했습니다.
참 사는 게 왜 이리도 고단한지? 똥똥이를 보아서라도 웃으면서 지내야 하는 데
부부란 20년을 살든 100년을 살든 완벽하게 상대를 이해하고 안다는 건 불가능한 거 같습니다
아무리 불꽃같은 사랑을 했어도 어느 순간 갑자기 확 식어버리는 게 사랑이니까요.
부부는 그냥 情으로 살아가는 그냥 진짜 가족이니까 그리 살아가는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정말로 내가 힘이 들 때는 옆에서 좀 토닥여주었으면 좋겠는 데
전 저도 잘 알거든요 제 성격이 참 까탈스럽고 성질 더러운 거 그래도 뒤끝은 잘 없습니다.
한번 화나면 사람을 개무시해버리는 못된 성질머리의 소유자인 거 너무도 잘 압니다
신랑도 잘 알고 있을 텐 데 , 그러면 그 순간에 얼른 달래주면 해결될 일을 아직도 모르네요
놓아두면 제 성질머리는 점점 더 플러스가 되어간다는 걸 20년을 산 신랑이 모르니.
아니면 본인도 본인 나름으로 스트레스가 쌓여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신랑이 나를 몰라준다고만 섭섭해 하지만 아마 신랑도 마찬가지겠지요
하나 이기적이고 불량 엄마인 저는 지금 제가 너무 힘이 들어서
신랑에게 기대어서 위로받고 싶습니다.
지긋지긋한 토요일 특근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