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엄마_120

잘못했어? 안 했어?

by foreverlove

신랑에게 너무 서운해서 며칠간 상대도 안 했던 그 시간들


똥똥이가 어느 날부터인가 저한테 싸늘한 눈빛을 보내더군요

알면서도 모른 척 그냥 만사가 귀찮아서 무시했지만

제 마음이 풀리고 나니 아들 넘의 싸늘함이 신경이 서이더군요

그래서 신랑에게 말했더니 눈치 제로 신랑 왈 "사춘기인가 보지"

"21살에 사춘기 오냐?"

"늦게 올 수도 있지, 똥똥이 사춘기 안 왔잖아"

기도 안차고 코가 막히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가볍게 지나갔지만

사춘기를 분명히 겪은 아이인데, 사춘기 시절 그 비위 맞춰준다고 내가 도를 얼마나 닦았는 데

정말로 내 신랑이지만 좀 무신경한 데가 많습니다 많아도 너무 많아요

"시끄럽고 내일 똥똥이랑 이야기 잘해봐"하고 윽박질러놓았습니다

퇴근길에 톡으로 물어보았더니 신랑 왈 똥똥이 엄마에게 화난 거 없다고 하더랍니다

속에서 화딱질이 확 오르고 열불이 확~~ 진짜 옆에 있었으면 한 방 날렸을 겁니다

성질 죽이고 카톡으로 분명히 뭔가 있다!!!, 다시 잘 이야기하라고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제가 화나서 말도 잘 안 하고 성질부린 거에 대한 미움이 자리 잡고 있었더군요

솔직히 좀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눈치 제로인 신랑 때문에.

제가 화가나서 말을 안하자.

신랑은 저 달랜다고 제가 평소에 좋아라 하는 롤케이크를 사다 놓았더군요

뭐 먹고 싶다고 사달라고 하면 까먹으면서 왜 안 먹고 싶은 날은 굳이 사놓는지?

그날 저녁도 회사에서 배불리 먹고 왔는 데.

해서 안 먹고 있는 데 제 바로 앞에까지 들고 와서 개봉을 하네요

순간 화가 확 뒤집혀서 먹는 걸로 꾸역꾸역 먹으면서 억누르고 말았지요

솔직히 롤케이크가 무슨 죄가 있다고 집어던지겠습니까? 아깝게

꾸역꾸역 다 먹었다가 체해서 1주일을 생고생했습니다 , 그러니 더욱 열불이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짜증 나서 똥똥이에게 무심했던 건 사실인데


그렇다고 엄마 입장은 생각도 안 해보고 오로지 아빠만 피해자로 여기고

저를 미워하다니요? 제대로 서운하더군요

주먹이 울었습니다 그래도 꾸역꾸역 참아내고 신랑에게 잘 풀어놓아라 했지만

능력치 밖의 일인지? 잘 못 풀어놓더군요


똥똥이가 퇴근하고 돌아온 저에게 " 엄마는 말도 잘 안 하고.." 이러면서 화를 내는 거예요

그날은 제가 또 미친 듯이 피곤했던 날인데 신경 거슬리더군요

해서 제 성질머리에 좋게 좋게는 또 무리가 되었고 소리를 꽥 지르고 마는

"엄마가 뭘 잘못했는데? 내가 뭘? 너한테는 그래도 카톡도 보내고 말도 하고 그랬잖아" 하면서

소리를 좀... , 똥똥이 화나서 그대로 서재방으로 직행

신랑은 제 탓을 또 하더군요 " 네 목소리가 문제야..." 이 인간을 그냥 콱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죽을 듯이 피곤해서 "그래 그래 내가 죽을 죄인이다"하면서 샤워하러 들어갔습니다


샤워하고 나오니까 똥똥이가 먹고 싶어 했다던 찜닭이 도착해 있더군요

그냥 똥똥이가 뭐 먹고 싶다 그러면 둘이 시켜먹으면 되는 거지

꼭 내가 퇴근하면 같이 먹자고 하는 데 저 정말로 짜증 나고 싫은 상황입니다

저는 9시 되어야 집에 도착이고 샤워하고 이것저것 하면 10시 가까이 됩니다

그 시간에 뭐 먹고 잠들기 정말로 불편하고 또한 감기까지 걸린 상황이라서

소화도 안 되는 그런 상태

이런 제 건강은 조금도 생각 안 하고 자신은 그저 배려라고 하는 행동들이 저한테는 민폐 인거죠

전 또 이런 건 직설적으로 말을 합니다 , 말을 해줘야 알 테니까요

신랑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지라도 아닌 건 아니니까요.


찜닭 먹으려고 식탁에 앉으니까 똥똥이가 입을 열더군요

"잘못했어? 안 했어?"

저 속으로는 욱했지만 " 잘못했어"

"엄마도 내가 말 안 하니까? 기분 나빴지?"

"응"

"앞으로 그러지 마 , 아빠에게도 화난다고 말도 안 하고 다신 그러지 마" 이러더군요

세상 서운하더군요


제가 감기몸살이 심해서 그 전날 조퇴하고 주사까지 맞고 일찍 잠들기까지 했는 데

그렇게 아픈 몸을 이끌고 또 회사 출근해서 잔업까지 하고 토요일 특근까지 다하는 실정인데

오로지 아빠 편만 드는 아들의 모습에 서운하고 섭섭하고 오만가지 감정이 몰려들더군요

그러나 이런 감정들도 뭐 순간 싹 사라졌습니다


똥똥이가 " 아빠 여행 계획은 아빠가 완벽하게 세워!!!"라고 말을 해주는 순간

아유..., 내 나라도 아니고 다른 나라 여행 계획 짜라고 했으면 저 돌아버렸을 텐데

그럼요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있는 신랑이 이것저것 알아보고 여행 계획 짜야줘

참 자식이 뭔지 , 원수 같았다가 이쁜 넘 되었다가

이렇게 우리 가족은 모두 모두 화해의 장이 열렸습니다.


다음 날 퇴근길 마중 나온 신랑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똥똥이 너무 귀여워서 봐줬다., 솔직히 지가 나하고 말 안 해도 나 눈썹 하나 끄덕안해

나 우리 회사 사람들 나한테 다 말 한마디 안 해도 끄떡도 안 하는 사람이야"라고

솔직히 제가 똥똥이 이겨먹으려면 이겨먹겠죠., 그런데 자식 이겨서 뭐하겠고?

또한 부모 자식 간에 이기고 진다는 그런 승패 가르기가 좀 우습기도 한 거고요

똥똥이가 쉽게 화 푼 건 그래도 중간에서 신랑이 잘 달랜 거 같기도 하고요

제가 샤워하러 들어간 사이 달랬나? 싶은데 진위여부는 모르겠습니다

내 성질머리 100% 닮았으면 그리 쉽게 안 풀 넘인데



ps// 신랑이 달랬다고 하는군요

"누굴 닮았는 데 그리 쉽게 풀리겠냐 , 내 피가 섞였기에 그 정도로 끝났지" 하더군요

잘났어 증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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