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나도 되고 믿어도 될 터인데
지난주 똥똥이가 한 달 만에 집에 왔다 갔습니다.
학교 개교기념일까지 해서 3일간 쉰다고 집에 온다고 좋아했더니
군대 가는 친구랑 놀고 친구네 집에서 자고 온다 하더군요
친구네서 하룻밤 자는 거 이해는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제 생각에는
민폐 같더군요
타 지역도 아닌 같은 지역인데 그냥 택시 타고 집에 들어와도 될 걸
금요일 와도 엄마 아빠는 모두 출근해서 저녁에야 볼 수 있는 데.
엄마 마음에 하루라도 더 똥똥이를 데리고 있고 싶은 마음이었지요
그래서 똥똥에게 톡으로 그냥 12시쯤 택시 타고 집으로 와서 자라고
다음 날 토요일 주말이고 해서 어른들 다 계신데 늦잠도 못 자고 피곤하다고
이렇게 톡을 날렸으나 이 괘씸한 넘이 제 말을 안 듣고 그대로 친구네서
자고 들어오더군요
얼마나 짜증 나고 괘씸하던지 다 큰 자식 내 뜻대로 안 된다는 거 알고 있으면서
그래서 들어오면 한 판 할 생각이었는 데.
집에 들아온 똥똥이 넘이 더 화를 내고 성질을 내면서 선수를 치더군요
"엄마는 다 결정 난 사항에 왜 자꾸 태클인데?" 라면서 요.
그냥 확 하려다가... 밤새 혼자 곰곰이 생각하면서 정확한 이유를 알았기에
참았습니다.
정확한 이유
저는 똥똥이가 친구네서 자고 오는 게 제 마음에 안 들었던 게 아니라
술이 문제였던 겁니다.
똥똥이가 군대 가는 친구랑 그 친구의 동생까지 해서 3명이서 술을 마신다더군요
여기서 저는 견뎌내질 못한 거였습니다., 아니 벗어나질 못한 겁니다
지긋지긋한 술이라는 단어가 주는 트라우마
친정아버지가 술만 마시면 개차반이 되었든 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두려워지고 무서워지더군요.
벗어날 수 없는 혼자만의 두려움 때문에 똥똥이에 대한 믿음마저 흔들려버린 거였습니다.
밤새 똥똥이를 기다리면서 차분히 생각해보니 원인은 제 안에 내재된 공포였더군요
겉으로는 친구네 집에민폐라고 했지만 실상은 제가 무서웠던 겁니다.
술 마시고 똥똥이가 혹시라도 실수할까? 하는 두려움 무서운 감정들이 절 압박했던 거였습니다.
내 친정아버지이자 똥똥이의 외할아버지의 DNA가 똥똥이에게도 흐르니까.
정말로 이 지긋지긋한 핏줄에 대한 공포 내 몸속의 피를 다 뽑아버리면 몽땅 사라질지
이젠 벗어나도 될 트라우마고 똥똥이는 아버지랑 다르다는 걸 완전히 믿어도 되는 데.
왜 이리 안 되는지 , 왜 이리 힘겨운 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가정 내의 폭력은 평생 자식에게 상처로 남아 치유가 되질 않습니다.
저는 이렇게 똥똥이를 완전히 믿어주질 못한 벌로 3일간 똥똥이의 전화를 받지 못했습니다
4일 만에 전화해서 그러더군요 "내 소중함을 좀 느껴보라고 안 했지"라고요
뭔갈 얻으려면 뭔가를 주어야 한다는 등가교환의 법칙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명대사지요.
등가교환의 법칙처럼 저는 완전한 믿음과 사랑을 주지 못하면서
똥똥이에게는 완전한 사랑을 받으려고만 하면 안 되는 거죠
벗어나도 될 터인데
똥똥이는 제 남편의 DNA를 받아서 바르게 자란 아이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