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엄마_31

요리를 회생시켜라

by foreverlove

며칠 전부터 신랑에게 너무 실망을 해서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대놓고 무시를 했습니다

저는 막 소리 지르고 싸우는 걸 하고 싶으면서 또 하질 못합니다.

한 번쯤 울분을 토하면서 그렇게 성질 내보고 싶은 데 제 안의 무엇인가 가로막네요

어릴 적 받았던 정신적인 충격이 너무 커 그런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언제 한번 전문가 상담을 받아봐야 할 듯하네요

부부 사이에도 이렇게 마음껏 토해보질 못하는 감정들이 쌓이니

제가 참 많이 황폐해지네요





그렇게 나 혼자만의 냉전은 신랑의 부당한 노력으로 해빙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요알못 신랑이 나름 그래도 열심히 일하고 퇴근하는 저를 일해서 요리를 열심히.

신랑의 문제점은 한번 맛나다고 하면 계속해주는 게 문제입니다

제가 처음 취직하고 너무 힘들어할 때 , 유부초밥을 한번 해주었는 데 그게

정말로 꿀맛 같았다고 제가 이야기를 했더니 그 후 제가 화가 나면 무조건 유부초밥

제 생일 때도 무조건 유부초밥 ;;;; 그냥 진짜 주먹을 부릅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유부초밥이 등판했지요

그러나 그날은 제가 추위에 많이 떨었고 진짜 따끈한 찌개랑 밥 먹고 싶었답니다

그런데 차디찬 유부초밥 안 그래도 소화기능 약한 데 먹고 체했다지요

열이 더 올라서.. 더욱더 씩씩되던 저


다음 날은 똥똥이가 용 닮은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해서

그걸 구워주었더군요 겸사겸사 제가 또 맛나다고 했던 소시지도 같이

신랑아~~~ 진짜 아무리 맛나다고 했어도 똑같은 음식들은 질린다!!!


정말로 성의 없고 창의력 없는 신랑의 용서 요리들에 짜증이 솟구치고

더욱더 화가 치밀어 오를 때.

집에 들어오니 똥똥이는 방문 앞에서 벌벌 떨고 있고 신랑은 칼 들고 부엌에 있더군요

이 무슨 살벌한 상황인지? 신랑이 드디어 돌았나? 뭐 이런 생각을 할 찰나에

"엄마, 저 요리 좀 회생시켜 줘" 라면서 방문 앞에서 벌벌 떨면서 무엇을 가리키더라고요

그래서 보니까 냄비가 있고 신랑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그래도 먹을 만 해"하면서

똥똥에게 설명 중이더군요


흠..................... 신랑이 요리를 뭔가 신선한 걸 했나 보더군요

뚜껑을 열어보니 이건 시커 먼 색상이 도대체? 뭐지 싶었는 데 닭국이라더군요

닭국? 은 빨간 하거나 하얗거나 둘 중의 하나인데 시커 먼 국은 뭐지? 했는 데

신랑이 블로그에서 간장으로 간을 맞추라고 해서 간장으로 간을 맞추었다고 하더군요

간장.. 국간장이 따로 있는 지 몰랐던 요알못 신랑은 그대로 진간장으로 간을 했고

국은 시커멓고 이상하고 , 이건 도대체 어느 별에서 온 괴생물체인가 싶더군요

거기에 요알못들의 치명적인 단점.

양념을 들이붓고 물을 들이 붓고.. 붓고 붓고 넣고 넣고 한 냄비가 된다는 그 전설이

제 눈앞에 펼쳐져있더군요


"그 블로그에서 닭을 30분 동안 담갔다가 고기를 다 발라내서 간장으로 간하고

무랑 파는 딱 하나만 넣고" 등등 신랑은 그래도 나름 열심히 설명을 하더군요

흠.............."신랑아 블로그 보고 요리 따라 하지 마랬지" 하면서 제 입은 열렸습니다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이지요

블로그 요리들은 참 아름답고 다양한 요리들로 가득하지만 따라 하기엔

시간과 간이 잘 안 맞는 그런 사태가 종종 벌어지니까 저는 비추 하고 있습니다

한식 요리는 그냥 자기 나름대로 하는 게 최고이고, 기본 베이스는 블로그를 참조하는 거 좋겠죠


똥똥이가 벌벌 떨었던 요리

진짜 커다란 냄비에 가득, 버릴 수도 없고 무엇보다 그래도 진짜 힘든 요리한 신랑 정성인데

어떻게든 살려봐야겠지요


고춧가루랑 마늘 후추 등등 넣고 파도 닭 한 마리에 달랑 한뿌리만 넣었던 데 좀 더 많이 넣고

청량고추도 썰어놓고 어떻게 회생 작전을 펼쳐보니 다행히 요리는 다시 부활했답니다.

똥똥이 그렇게 무서움에 벌벌 떨던 닭국으로 밥 한 그릇 뚝딱 비우게 될 정도였지요


비록 진짜 대참사를 맞이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준비한 신랑에게 더 이상의 냉대는 안 되겠더라고요

그 마음이 느껴져서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마음은 완전히 열리지를 않습니다

똥똥이에게 아빠의 금연이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도 그렇고

이 문제로 자꾸만 싸우기에도 제자신이 지금 너무 지쳐있는 상황이고, 신랑에 대한 믿음이

너무 가라앉아버렸네요


싸우지 않는 가정

화목한 가정, 다정한 부모의 모습만을 똥똥에게 보여주고 싶지만 기대가 큰만큼 실망도 커서

부부싸움은 자식들에게 평생 상처를 안겨주는 게 맞나 봅니다.

똥똥이에게 완벽한 엄마는 못되어도 최선을 다한 엄마는 되고 싶은 데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불량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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