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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seul Cho Oct 18. 2018

첫 번째 인터뷰: UX Engineer

Roku Inc. 최은선 엔지니어님

본격적인 실리콘밸리의 직업 세계 탐험.


통번역학을 전공하여 이공계 계열의 모든 직군이 생소했던 나에게 첫 번째 인터뷰를 따내는 데에는 많은 사전조사가 필요했다.


예컨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 디자이너 / 개발자 직군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 곳 실리콘밸리에서 해당 직무들에 대한 이해도 없이는 인터뷰를 잡더라도 진행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대망의 첫 인터뷰는 국내 청년들의 해외취업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며 흔쾌히 응해주신 Roku Inc.의 엔지니어님과 함께 진행하였다.



문과생이 만나 본 실리콘밸리의 개발자
Roku Inc. 최은선 UX Engineer 

  

  

  현대 디지털 시대에는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직군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특히 이 곳 실리콘밸리의 IT 산업단지에는 문과 출신 대학생인 저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직군이 많은데요. 그 중 제가 흥미를 느낀 직군이 있습니다. 바로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UX Engineer입니다. UX는 사용자 경험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일전에 보냈던 메시지를 찾게 해주는 검색 기능은 사용자의 태도, 경험을 분석하여 새로운 기능을 설계하는 UX Engineer의 손에 의해 탄생합니다. 


한국에서의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과감하게 관두고 미국 취업에 도전하신 다재다능 멀티플레이어 최은선 UX Engineer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조예슬 인턴

*은선님, 안녕하세요? 연락 드린 코트라 실리콘밸리 무역관 인턴 조예슬입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실리콘밸리의 다양한 직업군을 이해하고 유용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은선 엔지니어

네, 안녕하세요.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기쁩니다. 저도 학생 시절 항상 현직자 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했거든요. 


*아무래도 일반인에게는 UX가 다소 생소한 개념으로 다가오는데요. UX Engineer로서 하시는 업무를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본래 UX란 User Experience를 뜻합니다. 사용자가 특정 제품을 쓰며 느낀 경험 혹은 소감을 말하는거죠. 때문에 UX의 개념이 결합된 직군에서는 사용자 경험과 밀접한 일을 다룹니다. 그 중 저와 같은 UX 엔지니어는 UX연구원 및 디자이너와 파트너가 되어 디자인의 시안에 대해 토론하고 의견 조율을 위해 소통을 돕습니다. 저는 통역가이자 디자이너가 되는 셈이죠.

사용성 개선을 위해 UX 디자이너가 시안을 그려 요청하면 저는 사용성 테스트를 위해 프로토타입(시제품)을 구현하기도 합니다.


*멀티플레이가 요구되는 일이군요. 은선님께서는 한국에서도 같은 직군에서 일을 하셨나요?


    한국에서는 아직 이 직군이 생소한 것 같아요. 저도 물론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할 당시에는 액션 스크립트(action script)를 개발하는 특화된 필드에 있었습니다. 당시만해도 그쪽을 다루는게 흔하지 않았거든요. 연세대 대학원연계 벤처회사에 들어가 일을 시작하고 다른 중소기업에서 파견 근무도 했습니다. 대개 그렇듯 저도 언젠가 대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당시 IPTV 관련 프로젝트를 하고 있던 와중에 LG전자 TV사업부의 Action Script 경력자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후 입사하여 3년반정도 근무했네요.


*사실 취업 준비생들에게 대기업은 선호도가 정말 높은데요. 갑자기 미국으로 해외 취업을 결심하게 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LG 전자에 입사한 후 우연하게 미국 지사로 출장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1년반정도 미국 실리콘밸리를 오고 가는 출장의 반복이었는데요. 당시에는 힘든 줄도 모르고 그저 해외출장이 즐거웠던 것 같아요. 해외 지사에 와서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저와 같은 미국의 개발자들은 너무 행복해 보이더군요. 제가 마냥 행복하지 않았다는 게 아닙니다. 그곳의 근무 환경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전까지 코드 한 줄에 자존심을 걸고, 다른 방식을 제시하면 괜시리 기분 나빠 하던 저를 되돌아보게 되었죠. 출장이 끝나니 그 허무함이 한꺼번에 몰려왔습니다. 인생에서 결심을 하게 되는 순간이 온 거죠. 그래서 곧바로 연고 하나 없는 미국땅에서 석사 유학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하신 모습이 정말 멋지신 것 같아요. 그런데 갑작스러운 미국 취업 준비에서 언어의 벽은 없으셨나요? 많은 청년들이 언어의 장벽을 큰 고민으로 꼽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이민이든, 이직이든 해외로 향할 때 두려운 부분은 언어죠. 저 역시 걱정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고, 때문에 어학연수부터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대학교 교육과정을 마친 사람이라면, 전 어느 정도의 영어회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영어의 벽 하나 때문에 도전 자체를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어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본인이 가진 능력과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많거든요. 


*아무래도 모국어 이외의 언어로 생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큰 것 같습니다. 자신을 어필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일단 어학연수로 몇 개월간 영어공부를 하시는 것 만으로도 회화가 크게 늘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아예 베이스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면요. 또한, 이력서를 미국 문화에 맞게 작성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단순 언어를 번역해서 영문 이력서를 작성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교육 사항보다는 경력 사항을 먼저 쓰거나, 자신의 능력치를 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중요하죠. 저도 이력서 작성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 떠올라 최근에는 미국식 이력서 작성을 돕는 작은 스타트업을 시작하기도 했죠. 그리고 저와 같은 개발자의 경우 코딩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로 승부를 걸어볼 수도 있습니다. 본인의 능력 안에서 자신에게 맞는 돌파구를 찾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영문 이력서 또한 청년들이 어려워하는 숙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새 직장을 위해 석사 학위를 취득하시는 분들을 많이 보았는데요. 이 곳에서 일을 하기 위해 석사학위 취득은 필수적일까요?


    많은 분들이 미국의 석사 학위 취득을 걱정합니다. 전망 좋은 석사 학위를 받고 나면 좀 더 취업이 수월할 것이라 생각하시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분명 석사 학위를 좀 더 우대하는 분야가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석사 학위 없이 취업이 불가능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우선 신입의 경우라면 경력이 없기 때문에 본인을 어필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석사 학위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저와 같은 경력자의 경우 이야기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석사 학위를 시작했지만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과감히 포기한 후 스타트업에서 먼저 일을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후한 대우를 받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 때의 직장에서 H1B 비자를 취득할 수 있었고 지금처럼 비자 취득이 어려운 시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스타트업이 망해 월급을 몇 개월이나 못 받았던 경험도 있습니다. (웃음) 지나고 보면 그 또한 실리콘밸리에서의 귀중한 경험이었고 이후 회사를 보는 눈 또한 생긴 것 같네요. 시련이 항상 불공평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석사 학위를 취득하지 않았다면 어느 정도 원하는 직군에 대한 경력이 필요하겠군요. 은선님은 미국에 와서 근무하신 이후에 이직 주기가 짧은 편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래 개발 직군은 이렇게 이직 주지가 짧은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편인가요?


    저는 개발자임을 감안하더라도 이직 주기가 조금 짧은 편이었습니다. 미국은 이러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가에 대해 물으셨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저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옮기게 되었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개발자들도 너무 짧지 않은 선에서 적당한 주기로 이직하여 경력을 쌓는 것이 좋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혹시 그렇게 이직하시는 과정에서 헤드헌터를 찾으시거나 하셨나요? 미국의 이직 과정도 궁금합니다.

    미국에서는 이직 시 헤드헌터 없이도 링크드인을 적극 활용해 자신을 어필할 수 있으므로 직장 내 본인만의 네트워크를 잘 활용해 동료 혹은 수퍼바이저들의 추천을 받거나 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링크드인이 많이 활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단순 소셜 미디어가 아니라 자신의 경력사항과 이전 근무지에서의 생활 등을 잘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링크드인 프로필은 다수의 오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링크드인을 통해 동시에 여러 곳에서 인터뷰를 잡은 경우도 있구요. 오퍼가 많을수록 향후 연봉 협상도 조금 수월해지는 부분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새롭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이직을 하더라도 또 다시 이직을 고민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새 직장 역시 비슷한 근무 환경이거나,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요. 엔지니어님께서는 이직을 통해 만족스러운 직장 생활을 하고 계신가요? 


    저의 경우 앞서 말씀 드린 링크드인에 공을 들여 제 자신을 어필했고, 현 직장에서도 아주 만족스럽게 일하고 있습니다. 특히 hiring manager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하기 때문에 제가 일하게 될 팀의 분위기를 알고 갈 수 있어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덕분에 팀에 잘 적응했고 이제는 시니어로써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유동적인 근무 스케줄로 오후 3시에 이렇게 간단한 인터뷰를 하러 나오기도 하네요. (웃음) 어느 곳에서나 힘든 점은 있기 마련이지만 실리콘밸리에서의 생활은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제 눈으로 지켜보며 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혁신의 도시로 불리는 이 곳에서 정말 혁신에 함께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해주신 이야기들이 저를 비롯한 청년들에게 새로운 직업 세계의 한 부분으로써 크게 와 닿을 것 같습니다. 문과와 이과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커리어에 도전하신 열정을 본받고 싶네요. 아까 언급하신 스타트업에 관해서도 짧게 여쭤봐도 될까요?


    네. 말씀 드린 것처럼 영어가 막막하거나 혹은 영어가 조금 수월하더라도 이력서 걱정으로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보고 느낀 이 곳의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이력서를 첨삭하는 스타트업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도움 필요하시면 sun@interview-hero.com으로 연락주세요. 시작하는 단계라 저도 도울 수 있는 만큼 많은 분들 도와 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혹시 미국 취업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먼저 부딪혀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책상에 앉아 스크린을 들여다보며 고민에 빠져있던 것과 실제로 부딪혀본 도전은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오히려 어렵게 생각하던 부분은 쉽게, 쉽게 생각하던 부분은 어려운 점도 많았거든요. 100세 시대에 아직 우리가 도전해볼 수 있는 인생의 방향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적극적으로 알아보시고 방향을 개척하신다면 제가 찾은 행복을 다른 분들도 꼭 찾으실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Interviewed by.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K-Move 인턴 조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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