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너에게 시달리고 나면
내 마음의 배터리는 1%,
간신히 깜빡인다.
소리에도 반응 없고 표정도 없는
방전 직전의 껍데기만 덩그러니 남는다.
더는 줄 힘도, 사랑도 없다고 느낄 때쯤
너는 비틀거리며 다가와 나의 목을 와락, 껴안는다.
내 품에 얼굴을 묻고 안도하며 스르르 잠이 든다.
참 이상도 하지.
나의 모든 에너지를 앗아간 바로 그 너인데,
너의 작은 포옹 한 번에,
너의 고른 숨소리 하나에,
방전되던 배터리는 순식간에 100%가 된다.
너는 나의 가장 큰 소모의 이유이자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의 충전기.
그래, 이것으로 되었다.
내일 하루, 너를 위해 다시 힘껏 살아갈 이유가 이렇게나 가득 채워졌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