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밤 사이,

우리 집에 도둑이 다녀가나 보다.


어제까지 맞던 옷은 소매가 짧아지고

아기 티를 벗은 얼굴엔 어린이가 들어앉았다.


'시간'이라는 이름의 이 능숙한 도둑은

매일 밤 내가 잠든 사이 찾아와

너의 아기 시절을 한 줌씩 훔쳐가고

대신 '성장'이라는 선물을 두고 간다.


돌려달라 소리치고 싶다가도

훌쩍 자란 네 모습에 미소 짓는다.


도둑맞은 모든 순간이 아쉽고 그립지만,

너의 빛나는 내일을 더 사랑하기에

나는 오늘 밤, 기꺼이 문을 열어두고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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