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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씨 Apr 03. 2023

나는 잘 지내는데, 넌?

요즘엔 얼그레이 케이크가 잘 나가더라.

 L은 항상 먼저 안부를 묻는 이였다. 지워지지 않는 일의 숫자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답장이 오지 않아도 밥이나 잘 챙겨 먹으라며 연락을 남기는 이였다. 오래도록 연락이 없을 때는 간간히 전화를 하며, 집에만 콕 박혀 있는 친구를 꺼내 서울 이곳저곳을 데려 다니며. 때론 엄마처럼 때론 친구처럼 때론 언니처럼. 연남동에 맛있는 마들렌 집이 생겼다며 다음 달 하루 비워 놓으라고 한마디 남기고 휙-. 날이 선선해지는 어느 가을에는 가고 싶은 전시회가 생겼다며 다음 주 날짜 잡으라는 연락을 휙-. 그 연락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그가 건네는 모든 말이 전부 애정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S는 항상 안부에 답하는 이였다. 조만간 연락하려고 했다고. 안 그래도 네 생각이 나서 잘 지내나 궁금했다고. 무소식이 희소식이니 난 늘 잘 지내고 있다고. 멋쩍은 웃음과 함께 답장을 남기는 이였다. 다음 달은 시험 기간이 있으니 바쁠 것 같은데, 다음 주는 미리 잡힌 일정이 있어 어려울 것 같은데. 그래도 곧 만날 수 있도록 시간을 비워보겠다고. “연남동에 연어 잘하는 집이 있더라. 그 집에 먼저 갔다가 마들렌을 먹으러 가자.” “그 전시회 나도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잘 됐다.” 그런 답장들을 남기곤 했다.




 시간이 지나며 L의 연락은 줄어들었고 S는 답할 곳이 없어졌다. 안부를 묻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그가 건넨 수많은 용기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무의식 중에 당연하다 여긴 것들이, 지나온 시간 속 서서히 흩날려간다. 동네에서 유명해진 조각 케이크 집을 지나쳐오며 L을 떠올린다. 네게 꼭 선물해주고 싶은데 우리는 언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과 함께. 유독 오늘 그의 생각이 많이 난다. 3년 전 이맘때쯤 가장 추웠던 나의 겨울을 함께 버텨준 그녀가 떠올라서. 너에게 닿지 못한 여러 안부를 혼자서만 지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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