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과 함께 다시 걷는 시간_04
암진단을 받고 2주 만에 대학병원 주치의 선생님을 만났다. 그동안 유튜브로 공부하고 유방암을 이겨낸 친구의 생생한 경험담도 들었다. 대략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나니 많이 담담해졌다. 모르면... 두렵다...
진단받은 병원에서 준 영상 CD를 업로드하고, 받아온 조직블락을 제출하고 접수를 완료했다. 대학병원 진료실 앞에 앉아서 내 앞 순서의 사람들을 보았다. 나보다 더 젊어 보이는 사람들이 유방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나처럼 의사 선생님의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앞 앞에 있는 사람이 나올 때 간호사가 하는 처치를 듣고 '아~ 이런 걸 하게 되는구나'하는 감을 잡았다. 의사 선생님은 예전에 만났던 선생님이다. 몇 년 전에 미세 석회가 있어서 조직검사하고 이 선생님의 진료를 받았다. 그 당시와 지금의 영상자료를 비교해 가며 오늘 할 검사와 앞으로의 검사, 그리고 수술날도 잡았다. 갑자기 수술날까지 잡아버려서 좀 어안이 벙벙했다.
초음파에서 나타난 암조직의 사이즈와 그 주변 미세석회의 바운더리를 보고 선생님은 어디까지 제거할지에 따라 수술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건강검진으로 유방암을 발견했냐고 묻고는 초기라고 했다. 수지의 경우는 전 항암을 했는데 나는 전 항암 없이 바로 수술날짜를 잡았다.
암의 크기가 커서 그 크기를 줄이려고 할 때와 암의 진행속도가 빨라서 그 속도를 늦추려고 할 때 수술 전 항암을 한다. 전 항암은 안 하고 바로 수술한다는 것은 암이 그렇게 크지도, 진행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도 않은 암이라는 말 같아 좀 안심이 되었다.
진료당일 피검사와 심전도, 골밀도검사, X-ray 등을 하고 다음 주에 조직검사, MRI, CT, 그리고 뼈 CT까지 다 하기로 일정을 짰다. 유방암센터 간호사가 이렇게 일정을 다 짜주니 고마웠다. 그 모든 검사결과를 다다음주 월요일에 듣고 화요일에 입원해서 수요일에 수술하는 것으로 일정을 셋업 했다. 암이 빨리 번질 수 있어 수술도 빨리 진행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전광석화로 진행된다.
부모님께 이 사실을 말씀드렸다. 아직 몇 기인 지는 모르지만 수술 전날 유방암 진단 사실을 알리면 너무 심정적으로 충격일 것 같아서다. 친구 중에는 부모님께 알리면 너무 놀라고 걱정하실 것 같다며 수술과 치료과정을 부모님께 하나도 알리지 않은 친구도 있다. 그러나 내가 만약 부모님 입장이라면, 딸이 유방암에 걸렸는데도 알리지 않으면 섭섭할 것 같았다.
유방외과 선생님을 만난 후에 유방암 진단 사실을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부모님은 놀라셨을 텐데도 애써 좋은 방향으로만 생각하셨다. 역시 긍정의 아이콘들이다. 먼저 유방암을 겪어낸 수지 말대로 '이왕 걸린 거 뭐! 어쩌겠어? 앞으로 잘 헤쳐 나가야지!' 하는 마음이다. 모두 '잘해 보자~ 잘될 거야!'로 대동 단결했다.
부모님이 이렇게 반응해 주시니 든든했다. 이어 동생들에게도 알렸다. 동생들도 놀랐지만 응원해 주었다. 그리고 친한 친구들 모임에도 알렸다. 나를 포함한 5명의 친구 중에는 앞서 말한 수지와 7년 전에 유방암 수술을 받은 다른 친구도 있어 더욱 치료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병은 알려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야 정보도 모이고 경험도 공유하게 되어 좀 더 수월하게 지나갈 수 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에게 내 병을 알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나도 지금까지 앞선 세 친구의 암 발병소식을 다 다른 사람을 통해서 들었다. 내 입으로 '나 암진단 받았어~' 이렇게 말하는 것에는 용기가 많이 필요했다.
'왜 용기가 필요한 걸까?' 생각해 보았다. 다른 사람에게 걱정을 끼쳐서? 그것보다 나 자신에게 '나는 암환자다'라고 자꾸 각인하게 되는 것이 더 싫었던 것 같다. 내가 암환자인걸 인정하기 싫었던 거다. 그렇지만 암환자면 어떤가? 그냥 보통 때처럼 생활하고 놀고 즐겁게 지내면서 암치료도 하는 사람인 거다. '왜 내가 걸린 걸까?' 같은 분노와 '내가 뭘 잘못한 걸까' 같은 죄책감에 갇혀서 우울해지는 것은 치료에 하나도 도움이 안된다.
얼떨떨하게 이러저러한 검사를 받고 집에 온 후에는 '이렇게 수술하고 치료를 받으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가벼워졌다. 수술해 주실 유방외과 선생님을 선택할 때 나는 친절한 선생님을 선택했다. 더 유명한 선생님도 계셨지만 쌀쌀맞게 팩트만 말하는 선생님보다는 공감해 주고 차분히 설명해 주는 선생님을 만나고 싶었다.
수지는 가장 빨리 진료받을 수 있는 선생님을 택했다고 했다. 사람마다 주치의 선생님을 선택하는 기준이 다르므로 자기에게 맞는 선생님을 선택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유방외과 선생님을 만나 나의 일정이 정해졌고 가족들에게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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