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과 함께 다시 걷는 시간_05
유방외과 선생님의 오더가 내려진 이후로 하루는 MRI를 찍고, 또 다른 하루는 CT와 뼈 CT를 찍었다. 수술전에 MRI를 찍으려다 보니 시간이 촉박하여 밤 10시로 예약이 잡혔다. "입원해야 되나요?"하고 물었다. 이렇게 밤에도 외래로 MRI검사를 받을 수 있는지를 처음 알았다.
MRI를 찍으러 가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 나처럼 외래로 온 사람들도 있고, 입원해 있다가 검사 받으려고 침대에 누운채로 실려온 사람들도 있었다. 한쪽면에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들이 많길래 MRI 검사도 위내시경처럼 수면마취를 하고 깰때까지 회복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MRI검사에 수면마취가 가능한 것도 있고 아닌것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들은 입원환자들이었다.
엎드려서 팔을 만세하고 찍었다. 다행히 베드에 얼굴 부분이 불편하지 않게 둥글게 파져있다. 등맛사지 받을때 얼굴부분이 둥글게 구멍 나 있는 배드처럼 말이다. 약 20분 동안을 엎드려 있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며 귀마개도 해주었다. 그럼에도 시끄러웠지만 귀마개가 도움이 되었다. 추울 수 있다며 담요로 등과 다리도 덮어주었다.
이렇게 다 준비하고 정맥 주사기로 조영제가 들어가며 검사가 시작되었다. 조영제가 들어가기 시작하니 차가운 액체가 팔을 따라 몸 안으로 들어간다. 정말이지 '서늘한' 느낌이다. 공포영화에서 보면, 박테리아 같은 것이 핏줄로 들어가 몸을 따라 돌기 시작할때 이런 느낌일것 같다.
서늘한 느낌도 잠시, 정말 다양한 소리들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쿵쿵쿵... 끼릭끼릭... 찌익찌익... 위에서 그 소리가 나기도 하고 옆에서 나기도 한다. 3차원 스캔이 맞나 보다. 예상과 달리 20분 동안 엎드려 검사를 받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아니 힘들었다. 어떤 부분이 힘들더냐구?
폐쇄공포가 있는 사람은 그 둥근 통 안에 들어가는 것을 못해서 수면 MRI를 하기도 한다. 나는 폐쇄공포증은 없으니 그건 오케이. 엎드려있는 자세도 불편하다. 엎드려 있으니 숨을 쉴 때마다 배가 오르락내리락한다. 이렇게 움직이는데도 스캔이 제대로 되나 걱정될 정도다. 정맥주사가 들어갈 때도 불편하다. 차가운 액체가 한쪽 팔을 따라 쓱 올라가는 느낌이 좋지 않다.
그러나 가장 힘들었던 점은... 만세하고 있는 자세다. 오른쪽 팔에 정맥주사기를 꽂았는데 오른쪽 어깨가 오십견으로 만세가 불편했다. 처음에는 얼추 괜찮았다. 그러나 20분이다. 그동안 내내 만세 하고 정맥주사기를 꽂고 있다 보니 나중에는 시끄러운 소리보다 오십견 어깨가 더 아팠다. 이런 사실에 웃펐다. 암수술에 앞서서 MRI를 찍는다는 심리적 불편함보다, 당장의 오십견 어깨의 만세자세 불편함이 더 힘들 줄이야.
어깨상태에 다시 한번 서글프며 MRI검사를 끝냈다. 정맥주사 꽂은 자리에 역시나 멍이 들었다. 요즘엔 유방암 유튜브를 보는것이 일과중 하나가 되었다. 사실 어느 정도 보고 나면 다 비슷하다. 유방암의 종류와 치료방법등에 대해 주로 알려주고 있다. 오늘은 재발을 막는법이라는 유튜브를 보았다.
이렇건 저렇건 간에 요점은 '살이 찌면 안된다' 였다. 지방에서 호르몬이 나와서 병을 야기하는 것이므로 몸에 지방이 많으면 안좋다. 그러니 지방이 많은 음식-주로 튀긴것과 맛있는것-을 먹지말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많이 해서 지방이 쌓이지 않게 하라는 것이었다. 결국은 역시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요법'이다. 이건 뭐 만병통치의 주문과도 같은 이야기다. 이렇게 다 듣고 나면 '뭐야! 다 아는 얘기잖아?' 싶다.
이건 공부 잘하는 비결이 예습과 복습에 있다는 수능만점자의 모범답안처럼 들린다. 그만큼 건강하게 사는데 영양제니 약이니 같은 꼼수 부리지 말고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말같이 들린다. 그래서 오늘도 MRI찍느라 고생했던 어깨에 스트레칭을 하고 앞으로는 닭가슴살 샐러드를 먹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유방암 #유방암검사 #유방MRI #시끄럽다 #자세불편 #오십견어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