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CT다

유방암과 함께 다시 걷는 시간_06

by 포에버선샤인

이틀 후에 CT와 뼈 CT를 찍으러 갔다. CT는 4시간 금식이고 찍기 2시간 전부터는 물도 마시지 말라고 했다. 두 번에 CT가 이름은 유사하나 완전히 다른 종류의 검사다. 하나의 조영제를 넣고 둘 다 찍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CT는 '영상의학과'이고, 뼈 CT는 '핵의학과' 소관이다. 그래서 두 검사에 들어가는 조영제가 서로 다르다.


먼저 CT를 찍었다. MRI검사 때처럼 엎드리려고 주섬주섬 엎드리고 있었다. 아니었다. CT는 똑바로 하늘 보고 눕는 자세다. X-Ray 찍을 때 가슴에 대는 네모난 판같은 것이 상반신 위를 슬라이드로 미끄러져 다닌다. 안내 목소리가 들린다. '숨 들이마시고 멈추세요' 따라서 숨을 멈춘다. 직사각 판이 상반신위로 쓱 지나간다. '숨 쉬세요' 안내방송에 숨을 내쉰다. 다시 '숨 내쉬고 멈추세요' 방송이 나온다. 숨을 멈추면 판이 쓱 지나가고 '숨 쉬세요' 방송이 나온다. 이렇게 약 10분 정도 마시고 멈추고 내쉬고 멈추고를 반복하며 찍었다.


뼈 CT는 금식이 아니라서 검사 전에 식사가 가능하다. 점심을 먹고 와서 뼈 CT용 조영제를 맞았다. 오늘은 오른팔에 하나의 주삿바늘을 꽂아 CT와 뼈 CT용 조영제를 순차적으로 다 넣었다. 검사가 다 끝나고 보니 역시나 오른팔에 주삿바늘 꽂은 곳이 또 멍이 들었다. 오른팔에 있는 두 개의 멍자국(MRI용 주사자국과 CT용 주사자국)을 보니 '내 혈관들~ 수고가 많았네...' 하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뼈 CT는 조영제를 넣고 약 2시간 후에 다시 오라고 한다. 조영제가 뼈에 흡수되는 시간이 필요해서이다. 시간 맞춰오니 소변을 보라고 한다. 소변에 모인 조영제를 내보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다시 기계에 누웠다. 차렷하고 누웠는데 베드가 몹시 좁았다. 양 팔이 밖으로 빠져나갈 것 같이 좁다.


팔받침 같은 것을 대주어서 팔이 베드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주었다. '움직이지 마세요' 하고 담당기사가 나갔다. 좁은 베드에 팔까지 몸에 딱 붙이고 꼼짝 안 하고 있으니 '관속에 들어가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기계가 얼굴 앞까지 내려와서 찍으니 눈을 감고 있는 게 더 편할 거라고 했다. 추천대로 눈을 감고 꼼짝 안 하고 있었다. 차렷하고 가만히 눈까지 감고 있으니 저절로 몸이 긴장된다. 점점 더 심장이 뛰고 숨이 가쁘게 쉬어지는 것 같다. 긴장을 덜어 보려고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다녀온 프랑스 여행을 생각하며 그때 좋았던 추억을 되돌려 보았다. 차츰 심장도 호흡도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추억은 이럴 때를 위해 쌓아두는 보물창고가 아닐까 싶다. 긴장될 때나 슬플 때처럼 부정적인 감정이 덮칠 때,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좋았던 추억을 되살리기다.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한 나만의 피난처를 가지고 있는 것은 나를 위한 행복저축을 드는 거다. 좋았던 추억을 되살리던, 종교에 의지하건, 말이나 글로 풀어내 건 간에 말이다.


준비기간이 길었던 것에 비하면 실제로 뼈 CT를 찍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약 20-30분 정도로 여겨진다. 하루 종일 CT와 뼈 CT를 찍느라 힘들었던지 집에 오니 기운이 다 빠져서 누워버렸다. 기본 검사만 하는데도 힘들고 기운이 빠진다. 그래도 일주일에 걸쳐서 기본 검사를 하니 할만하다. 이제 검사는 다 끝났고 유방외과 선생님을 만나 결과를 들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겁나고 떨리지만 애써 담담해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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