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수술이 바뀌다!

유방암과 함께 다시 걷는 시간_07

by 포에버선샤인

'암입니다'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들었을 때 가장 처음에는 '이게 내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잠시 후에 '그래서 몇 기인데?'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암이 '남의 일'일 때는 1기가 가장 안 좋은 건지, 4기가 가장 안 좋은 건지도 가물 거렸었다. 내 일이 되고 보니 제발 0 기거나 1기였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진단을 해준 선생님은 0기는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암의 성격과 전이여부를 보려고 온갖 검사를 다 했다.


이제 그 모든 것이 모여 결과가 나왔다. 두근 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유방외과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처음에 진료받을 때, 암이 초기인 것 같고 미세석회를 어디까지 얼만큼 제거하느냐에 따라 부분절제냐 전절제냐가 결정될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일단 부분 절제를 하기로 하고 수술날짜도 잡았다.


모레 수술을 앞두고 지금 그 모든 검사의 결과표를 보았다. 마치 시험성적표를 받는 것 같다. 아니 시험 성적표는 '내가 어떤 점수를 받을 것 같다'는 촉이라도 있지만 이건 아무것도 모르겠다.


유방암의 아형에는 호르몬 양성 A형과 호르몬 양성 B형, HER2양성, 삼중음성이 있다. 조직 정밀 검사에 따르면 일단 아형은 '호르몬 양성 A형'이다. 다행이다! 유방암 중에 가장 순하고 예후가 좋은 암이다. 항암치료도 안 하고 항호르몬 치료만 할 가능성이 높다. 항암만 안 해도 어디냐 싶다. 유방암 환우들의 말에 의하면 수술보다 더 힘든 게 항암이라고 한다.


CT와 뼈 CT로 본 전이여부도 깨끗했다. 어디로도 전이가 되지 않았다. 1기나 2기라는 뜻이다. 3기가 넘으면 전이가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MRI로 본 모습이 좋지 않다. 미세석회의 범위가 초음파로 보았을 때의 4cm보다 더 넓은 6cm다. 그리고 유두에 가까이 있어 좋지 않다고 했다.


오십견 어깨를 X-Ray로 찍으면 미세석회가 있다. 그래서 나에게 미세석회는 그냥 뼈가루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유방암에서 미세석회는 '여기서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를 말해주는 것이다. 암의 흔적이다. 미세석회는 암세포일 수도, 0 기암일 수도, 1 기암일 수도 있다. 물론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이미 미세석회에서 1기 이상의 암이 나왔고 다른 부분도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다 제거하는 쪽이 안전하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이렇게 미세석회의 범위가 예상보다 넓고 그 위치가 유두 근처까지 있다는 것이 MRI에서 나오면서 유방외과 선생님이 고민이 깊어졌다. 그래서 초음파를 다시 한번 더 보고 오라고 했다. 이미 놀란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고 왔는데 의사 선생님이 편치 않은 얼굴로 갑자기 유방 초음파를 한번 더 하고 오라고 하니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뭔가 큰일이 난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몰려온다.


역시 미세석회의 범위와 위치가 문제였다. 미세석회 범위를 다 제거하고 나면 유방의 변형이 클 뿐 아니라 유두까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나의 경우 유방암의 위치도 유방의 아래쪽이다. 유방암이 있는 위치가 위쪽보다 아래쪽일 때, 암절제 시 유방의 모양이 더 찌그러져 유방의 모양을 보존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전에 있던 미세석회들까지 이번에 다 제거해서 걱정거리를 없애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부분 절제에서 전절제로 수술을 바꾸고 유방재건하는 쪽으로 수술이 바뀌었다. 이건 내 예상에 없던 시나리오다. 모레가 부분절제수술이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절제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전절제로 진행해야겠다며 성형외과 진료도 보고 오라고 했다. 갑자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이런 경우가 아닐까?


부분절제냐 전절제냐는 암이 몇 기인지보다 암의 범위와 크기 그리고 위치로 결정된다. 암은 초기인데 암이 발생한 위치와 범위가 안 좋아서 전절제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그런 경우다. 부분절제는 암이 있는 부분만 절제하는 것이지만 전절제는 모두 절제하는 것이다. 부분절제는 2박 3일 입원하는 수술인데 비해 전절제는 5박 6일 입원하는 수술이다. 더 큰 수술로 바뀌어 버렸다.


멍한 정신에 한참을 기다려 성형외과 당일 진료를 보고 왔다. 대충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성형외과 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예전에는 자기의 뱃살을 떼서 유방재건 수술을 했다고 한다. 아랫배에 40cm나 되는 긴 흉터가 생긴다고 한다. 전에는 수술비가 비싸서 전절제를 하고도 유방재건 수술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2015년에 유방재건 성형수술이 건강보험공단에서 50% 지원을 받게 된 후로 요즘은 대부분 전절제 후 유방재건수술을 동시에 하고 거의 실리콘 보형물을 넣는다고 한다.


유방 모양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유두다. 유두를 보존할 수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즉 암세포가 유두까지 침범했는지 아닌지에 따라, 전절제 후 유방재건을 동시에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두 번에 나누어 수술할 수도 있다. 어떤 분은 유방암 1기였는데 그 위치가 유두 아래라서 전절제 하고 유방재건을 하면서도 한 번에 하지 못하고 또 두번으로 나누어서 수술했다고 한다.


성형외과 진료까지 다 본 후에 수술이 다음 주로 미뤄졌다. 그나마 유방외과 선생님과 성형외과 선생님이 수술이 더 늦어지지 않도록 시간을 맞추어 준 결과다. 수술을 기다리는 시간이 심정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두 분 선생님들도 알고 있었다. 유방 전절제 후 성형외과 협진으로 유방재건까지 동시에 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유방외과 선생님이 전절제를 통해 미세석회들을 다 제거하고 나면 방사선치료를 하지 않아도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같이 유방외과 선생님의 말을 들은 남편도 차라리 전절제가 나은 것 같다고 한다. 전절제를 통해 의심스러운 부분을 다 제거하면, 재발가능성도 줄어들고 몸도 덜 힘드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더 불안하고 싱숭생숭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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