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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우내 Mar 30. 2023

생일점

넌 뭘 쥐고 태어났니

                     

 도떼기시장통과 같은 열화
 너의 날이라는 표식은 차치하고

 모두의 두 눈에 걸리는
 하얗고 조그만 손
 가만가만
 미래를 더듬는 손길에
 번져가는 불길 속
 한 바가지의 물을 끼얹은 듯
 삽시간 일동의 침묵
 피와 함께 너를 게워내며
 세상 밖에 잉태한 조물주 또한

 자그마한 손아귀의 점괘를 기다린다




 또르륵
 눈알 굴러가는 소리
 네 점괘의 무방비함과 대범함

 우리는 어쩌면 처음의 점괘를 일평생 지니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몽당연필의 네모반듯 주황빛 자태

 명주실의 허여멀건한 느적거림

 조그마한 손바닥엔
 평생의 기복이 담겨
 너는 그 기복을 마치 타고난 것처럼

 그 모양새대로 흘러가겠지
 평생을 앞다퉈 너와 함께
 흐느끼고 짓무르며 흘러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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