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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 Jul 04. 2022

그래, 결혼은 원래 신나는 거야

결혼이라 부르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원래는 더 늦게 하게 되겠구나 했었는데, 어느 날 뜬금없이 불어온 제주행 바람은 나를 이렇게 달려가게 만들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익숙하고 편한 것들을 두고 새로운 시작을 해보러 낯선 곳으로 떠난다니. 아무리 다시 생각해도 참 나답지 않은 결정이었다. 결혼보다도 먼저 남자 친구와 제주행을 결정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결혼, 결혼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약 10년간 일해온 팀과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내 삶의 큰 변화가 결혼만 아니라 사는 지역, 함께 생활하는 사람, 하는 일, 익숙한 관계까지 한꺼번에 벌어진다. 스스로 무언가 시도해보고 싶었고, 그저 안주해서만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결정했다. 하지만 신나고 기대되는 마음과 함께 묵직한 마음이 따라오는 건 어쩔 수 없는 걸까?


친한 주변 사람들에게 결혼 소식을 전할 때에도, 오랫동안 함께 일한 팀원들에게 소식을 전하면서도 내 마음은 애매모호했다. 결혼 소식임에도 제주로 떠난다는 사실과 팀을 떠난다는 사실이 맞물리면서 온전한 축하를 하기도, 받기도 어려운 느낌이었다. 사실 결혼은 인생에 딱 한 번, 그 무엇보다 가장 축하받는 첫 시작일 텐데. 축하를 온전히 받지도 못하고 스스로 결혼을 한다는 기쁨도 누리지도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우연히 강민경의 브이로그를 봤다. 평소에도 유쾌하고 명랑해서 보면 기분 좋아지는 영상들이라 즐겨봤는데, 이번엔 다비치 이해리의 결혼 준비 브이로그였다. 누구보다 절친한 두 사람이 드레스샵, 예식장을 같이 가고 사람들을 만나 축가를 부탁하고 축하받는 장면들. 아, 결혼이 원래 이렇게 기쁜 일이었지..! 느낌표가 뜨면서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결혼 소식을 전했지만 몇몇을 빼고는 밋밋한 반응이거나, 축하도 이별에 대한 아쉬움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쉬쉬하는 분위기를 잔뜩 받았던 것 같다. 결혼은 원래 기쁘고 신나는 일인데.


결혼은 원래 신나는 거야


결혼 준비를 도와주는 어플 웨딩북에 접속하면  처음 뜨는 문구다. 그래 맞아, 결혼은 원래 신나는 거였지. 단순히 공주처럼 꾸미고 내가 주인공이 되는 결혼식을 해서가 아니라, 인생의  숙제를 하나 끝마치게 돼서가 아니라.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  사람이 만나 이제 하나를 이루는 . 가장 축하할 일이자 축하받아 마땅한 . 무엇보다 가장 기쁜 소식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기쁨을 잃어버리고서 불안과 염려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가!


나는 원래 숙제가 생기면 미리부터 걱정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예상은 했지만) 많은 변화들을 감당하고 해결해나가야 하는 이 상황이 쉽지 않았다. 최근에는 결혼식 이후 제주로 내려가 두 달 동안 에어비앤비 숙소에 머물자고 했던 계획이 갑작스레 바뀌었다. 엄마가 아무래도 미리 집을 계약해두는 게 이후에 마음도 더 편안하고 적응하기 쉬울 것 같다고 생각하시고 제안하셨기 때문이다. 다행히, 에어비앤비 숙소는 전액 환불이 가능한 상태였고 남자 친구도, 남자 친구 부모님도 곧바로 오케이 하셨다. 하지만 조금 멀리 미뤄둔 커다란 숙제가,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겁나는 숙제가 갑자기 내 눈앞에 떨어져 마음이 요동치는 하루를 보냈다. 그럴 수 있지만 그럴 일은 아닌데. 그래서 다시, 결혼의 의미와 그 안에 담겨진 기쁨을 되찾고 싶었나 보다.


나는 앞으로 던져질 수많은 새로운 상황에 또 당황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분명 잘 해내 왔는데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불안에 떨곤 하겠지. 신혼집도 잘 구하고 결혼식도 무사히 마쳤다고 치자. 그렇다면 기쁨을 빼앗아갈 상황이 다시는 생기지 않을까? 무조건 생기겠지. 생기고야 말 것이다. 물론 이런 쫄보 같은 내 마음을 단련하고 싶어, 내 존재를 바꿔버리고 싶어 선택한 제주행인데. 내 마음처럼 금방 대담해지지가 않는다. 하지만 오늘의 이 선택과 씨앗을 통해 더 멋지게 걸어 나갈 앞으로를 기대한다. 왜냐하면 나 혼자 걷는 길이 아니라 함께 가는 길이니까. 신나고 명랑하게 걸어가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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