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 한편을 다 보고 나면 딱 이런 말이 나온다. ‘아! 잘도 만들었다~!’ 원래 드라마를 즐겨보는 나지만 이 드라마만의 재미와 여운이 남다르다고 느꼈다. 보통 의사들이 주인공이라면 의사로서의 모습과 수술 장면은 보여줬을지 몰라도 그들의 진짜 생활, 리얼 라이프를 표현해주진 않았던 것 같다. 주인공이 병원에 출근할 때 어젯밤 일로 인해 어떤 마음의 갈등을 품고 환자를 만나는지, 바쁘게 돌아가는 병원에서 힘을 얻는 사소한 즐거움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메디컬 드라마의 흔한 장면만이 아닌 의사들의 일상까지 담아낸 이 드라마가 나는 아주 맘에 들었다. 어쩌면 ‘의사생활’보다 ‘의사살이’라는 단어가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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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예수님의 제자로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은 어떤 장면으로 담길 수 있을까? 드라마에서는 의사라는 조금 특별한 직업을 가진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마찬가지로 예수님을 믿고 그분을 닮아가려는 우리의 삶의 모습도 꽤 특별하다. 너와 내가 고백하는 찬양과 기도, 삶의 구석구석이 참 특별하고 독특하며 고민과 갈등마저 평범하지는 않다. 사실은 어떤 직업이나 역할을 넘어서서 나는 우리의 인생 전부가 특별한 현장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예수님의 제자로서 살아가는 인생의 모든 장면이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게 담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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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장면이 기억난다. 1화에서 극 중 채송화 의사가 병원 주차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의사 가운으로 갈아입고 조용한 복도를 이리저리 지나 사람들의 소음으로 가득한 병원 로비에 딱 들어서는 장면. 내가 만나본 의사는 진료실에 앉아있던 의사가 전부였는데, 생각해보지 못한 의사의 일상적인 출근 루트를 쭉 보여준 그 장면이 내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사실 ‘의사생활’은 병원에서 일하는 시간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결국 의사로 살아가는 그 삶 자체일 것이다. 수술실이 아닌 식당에서 밥 먹는 순간도, 저녁에 친구들과 모여 밴드 합주를 하는 순간도, 이들의 크고 작은 갈등과 고민까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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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촘촘한 삶의 모습에 주목하고 싶다. 우리의 평범하고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일상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순간의 묵상과 씨름, 예배와 교제, 선택과 결정, 성공과 실패가 오가는 모든 시간이 얼마나 치열하고 풍성하며 아름다운지 모른다. 직업의식이나 소명보다도 더 크고 위대하신 예수님의 제자로 살아가려는 우리는 결국 최선을 다해 한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슬기롭게’ 제자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직은 다 알 수 없지만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살아내는 리얼 라이프, 삶의 예배 자체를 기뻐 받으시리라. 예수님의 사랑을 알고 믿고 그분의 제자로 살아가기 원하는 우리의 매일, ‘슬기로운 제자생활’이 분량을 꽉 채운 채로 계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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