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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 Feb 14. 2021

널 위해 쓰여진 오래된 사랑시

내가 좋아하는 작사가, 아이유 #1 Celebrity

그녀를 눈여겨 본지는 꽤 오래되었다. 맨 처음 묵직한 발라드를 들고 나타나 귀엽고 상큼한 시절을 거쳐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던 그녀의 10대, 20대는 곧 나의 10대, 20대를 크고 작게 쓰다듬어 주었다. 언젠가는 그녀가 여러 장르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내 취향에 벗어난다는 이유로 조금 거리를 둔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제 나에겐 변함없이 자신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열심을 쏟는 멋진 사람, 멋진 친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한 사람이 가수로 살아가는 데에는 꽤 많은 역할이 따라붙는 것 같다. 단순히 보컬로서 노래를 잘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생각을 가사로 풀어내고, 이를 멜로디로 그려내고, 비주얼과 퍼포먼스로 완성도 있는 무대를 만들어내는 등 다양한 역량을 갖추어야만 하는 자리라 생각된다.


내가 지켜봐 온 가수 아이유는 이 모든 것은 물론이고 하나의 거대한 팀을 이끄는 리더로, 팬들의 사랑을 받는 아티스트로, 연기 영역의 도전을 멈추지 않는 배우로, 그리고 이제는 더 많은 채널에서 노출을 통한 사람 이지은으로도 잘 살아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녀의 본업(?)으로 여겨지는 앨범 작업이나 가수 활동 보다도 예능이나 유튜브 채널에서 보이는 날 것의 아이유에게 더 관심이 많지만. 오늘은 그녀가 세상에 내보이는 작품들, 하나의 노래에 담긴 그녀의 가사를 살펴보며 든 생각을 나누고 싶다.  




올해 정규앨범 5집 발매를 앞두고 있는 아이유는 지난 1월, 한 곡을 선 공개했다. 제목과 티저 이미지만으로는 유명인사를 뜻하는 Celebrity의 현실적인 삶reality을 노래하는 당찬 노래이지 않을까 예상했다. 하지만 그녀는 많은 이들에게 어려운 이 시기에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나의 단순했던 예상은 빗나갔고 역시나 그녀의 깊은 생각 속에 반짝인 아이디어는 Celebrity에서도 빛을 발했다. 아래는 그녀가 지은 Celebrity의 가사 중 일부다.



넌 모르지 아직 못다 핀
널 위해 쓰여진 오래된 사랑시
헤매도 좋으니 웃음 짓게 되길
The one and only
You are my celebrity


잊지마 넌 흐린 어둠 사이
왼손으로 그린 별 하나
보이니 그 유일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야
You are my celebrity


발자국마다 이어진 별자리
그 서투른 걸음이 새겨놓은 밑그림
오롯이 너를 만나러 가는 길
그리로 가면 돼 점선을 따라


잊지마 이 오랜 겨울 사이
언 틈으로 피울 꽃 하나
보이니 하루 뒤 봄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말야
You are my celebrity



우리 모두는 각자의 독특함을 지닌 유일한 존재다. 하지만 남의 시선에 의해, 혹은 스스로마저 자신이 지닌 고유한 성향, 취향이 특별함이 아닌 유별남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주목하며 모두에게 사랑받는 유명 인사를 동경하게 되기도 한다. 연예인이나 유명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내 주변에 아주 가까운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주눅 들 때가 있다.



자연스럽고 흔하게 느끼는 이런 감정에 그녀는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를 바라보게 만든다. 아직은 못다  꽃과 같은 서투른 걸음의 헤매는 , 왼손으로 그린 삐뚤한 별과 같은 나지만 그렇기에 더욱 오롯한 , 유일한 나라고 말이다.  자신이  내가 사랑하고 동경하는 유명 인사,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경쾌하게 얘기한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마다 그녀의 마음을 넘치지 않게 부족하지도 않게  적절히 담았다고 느꼈다. 그중에서도 여러  듣다가 번뜩인 가사  줄이 있다.


널 위해 쓰여진 오래된 사랑시


오래전 날 위해서 쓰여진 사랑이 가득 담긴 시. 이건 마치 내가 믿는 성경을 믿는 자에게나 믿지 않는 자 모두에게 표현한 문장 같았다. 성경을 믿고 하나님을 믿는 나로서는 유일한 한 사람을 지으신 하나님, 그 사랑을 더 알려주시기 위해 기록하신 사랑 이야기의 성경. 이보다 더 쉽고 명확한 표현이 있을까. 또한 아이유 그녀가 말하는 한 사람의 유일함, 그 유일함을 사랑하는 일은 마치 성경에서 하나님이 한 사람을 고유한 아름다움으로 당신의 형상을 따라지으시고 이를 사랑스럽게 여기신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신앙을 가진 나는 모든 사람에게 내가 믿는 그분의 존재를 알리고 드러내고 싶은 열망이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이 믿는 이들 사이에서만 이해되는 언어로 이루어진다면 과연 많은 이들에게 닿을 수 있을까? 내가 믿고 따르는 아름다운 가치를 보다 쉽게, 가까이 느낄 수 있게 표현하고 설명할 수는 없을까? 믿지 않는 이들과 구분되는 삶을 살면서 이를 전해야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벽을 쌓고 거리감을 들게 하는 건 아닐까? 이러한 고민은 이 글을 쓰면서도 계속되고 있다.


나는 조금 더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닿는 언어로 하나님과 복음을 전하고 싶다. 차별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지니고 싶다. 사실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 일도 이와 관련된 하나의 도전이기도 하다. 강요하거나 밀어붙이지 않되 저절로 스며들며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궁금해하는 일. 그런 일을 하고 싶고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여담이지만, 아이유 그녀가 나온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을 보면 어렸을 때부터 절을 자주 다녔다고 한다. 물론 몇 년 전 프로그램이라고 하지만 지금의 그녀가 나와 같은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작사가로서 아이유는 정말 배우고 싶은 글쟁이이자 아티스트다. 좋아하면 닮아가는 건지 덕분에 나도 긴 글만이 아니라 짧은 글 속에 단어를 골라 함축적으로 메시지를 담아내는 작사에도 관심이 가는 요즘이다.




작가의 안부


글을 더 자주 쓰고 있다. 하지만 메모 같은 짧은 기록과 정돈되지 않은 일기가 대부분이라 막상 브런치에는 몇 날 며칠 고민만 하다 아무것도 발행하지 못했다. 원래 신중할뿐더러 브런치를 통해 나의 생각이 누군가에게 가감 없이 전달된다는 사실이 아직은 조금 겁나고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내 안에 둥둥 떠다니는 생각, 느낌을 담담히 전하는 일이 계속되었으면 한다. 특별하지 않더라도 유일해서 소중한 내 안의 것을 내보이고 싶다. 그렇게 나를 조금씩 더 꺼내보이다 보면 글 쓰는 일, 내 생각을 공유하는 일, 나를 드러내는 일에 용기가 생기리라. 조금 더 가볍게, 조금 더 단순하게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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