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의사도 떨리는 분만날

두 번째여도 변함 없는 그 떨림

by 산부인과 추쌤

다시 찾아온 진통


늦은 밤 유튜브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아내 통화를 했다. 언제 진통에 걸릴지 모르는 만삭의 아내가 나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어때?"
"엉덩이까지 아프긴 한데 아직 심하게 아픈 건 아냐"
"오늘 중에 아기 낳으려나?"
"이슬이 비쳤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
"빨리 갈게~"
...
"윽..."
"배 아파?"
"응. 또 아프네..."
"지금 아프면... 어디 보자. 8분 간격인데? 내가 집에 가는 동안 또 아프면 슬슬 병원 갈 준비를 해야겠다."
...
"윽..."
"아고... 드디어 가야겠네~ 준비하고 있어~나 주차장에 도착했어. 올라갈게!"


게다가 전날 새벽에 이슬이 비치고 달라진 통증을 호소하는 아내의 이야기로 분만이 그다지 멀지 않았음을 예상하던 바였다. 하지만 자궁경부가 몇 cm가 열려있을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태. 배가 규칙적으로 아프다고 병원에 가버리면 무한정 금식하면서 대기해야 하고 심한 경우에는 집으로 귀가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우리 내외는 시간을 재기 시작했다. 아내의 통증과 분만실까지의 거리를 고려해서 언제 출발해야 하는지를 잘(!!) 결정해야 했었다.

*이슬(Show)은 소량의 피가 섞인 점액질이 배출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슬이 나오면 분만이 진행 중에 있거나 수시간에서 수일 후에 시작됨을 의미합니다.

진진통 확인에 도움을 받고자 진통 측정 앱을 열었고, 몇 번의 확인 후에 앱에서 "분만 준비를 하세요"라는 알람이 떴다. 그 알람과 함께 우리는 미리 싸 둔 출산 가방을 가지고 집 문을 나섰다. 집에 휠체어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만은, 아내는 주차장에 내려가는 몇 분 동안에도 진통이 지나갔고 이전과 강도가 다른 통증으로 정말 임박했음을 느꼈다.


초산부와 달리 분만이 매우 빠르게 진행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더 조마조마했고, 분만장에 도착하였을 때에 충분히 자궁경부가 열려있기를 내심 기대했다. 늘 그렇지만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분만 시간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3~5분 간격으로 꼬박꼬박 찾아오고 자궁경부가 벌어지고 있다면 초산은 9시간 정도, 경산은 6시간 정도로 걸린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산모마다 너무 다르고 아기의 크기에 따라서 매우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이전 출산에서 급속 분만을 했던 경우라면 예측이 틀리기 쉽다.

가는 길은 첫째 때와 같았지만 시간대는 5시간 정도 이른 시간이었다. 첫째도 그렇고 둘째도 그렇고 새벽에 아빠 엄마를 힘들게 하다니... 참으로 대견했다. 도로가 한적한 밤 12시였고, 늘 다니던 길이었기에 병원으로 가는 길은 순조로웠다. 첫째 분만을 하러 가던 길에 들었던 정엽의 "그 애(愛)"와 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들었다.


첫째 낳으러 갔던 그 길을 따라서 같은 병원을 찾아가고 있었고 같은 노래로 차 안을 가득 채웠다.



다시 찾아온 병원


병원에서 확인한 자궁경부는 2~3cm 정도로 생각보다 많이 열려있지 않았다. 어차피 진통이 규칙적이었고 진진통으로 보였기에 되돌아 갈 수 없다는 생각은 들었다. 검진을 마치고 아기에 대한 평가를 위해 초음파로 아기 몸무게도 재보고 아기의 방향도 평가하고 자궁수축도 확인한 결과, 입원장을 받게 되었다. 무통주사를 조금이나마 빨리 맞히고 싶은 생각에 종종걸음으로 응급 원무과를 향했다.


아내의 자궁경부는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으나, 마취과 인력의 부재와 혈액검사가 미리 되어있지 않아서 무통주사는 계속 딜레이 되고 있었다. 진통 중간중간에 웹소설을 보고 있던 아내는 언제부터인가 폰을 내려놓았고, 3~5분마다 통증이 올 때마다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림 @akoano

그래도 첫째와는 달리 자궁경부는 통증과 함께 잘 열리고 있었다. 첫째 때 지긋지긋하게도 열리지 않았던 자궁경부는 이전의 벌어졌던 일을 기억하는지 10-15분에 1cm씩 꼬박꼬박 벌어지고 있었다. 초산인지 경산인지에 따라 다르지만 시간당 1.2~1.5cm 이상으로만 벌어지면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순조로히 잘 진행되고 있었다. 아내의 통증이 조절되지 않는 점을 제외하곤 모든 게 순조(!)로웠다.


그림 @akoano

자궁경부가 8~10cm가 열리면 아기가 본격적으로 내려오기 시작하는데, 무통주사 시술은 7cm 정도 열렸을 때 겨우 받을 수 있었다. 새벽에는 산모들이 없어서 집중적인 케어를 받을 수도 있지만 전반적인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분만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단점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러 번 찔린 바늘에도 불구하고 진통효과는 늦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기가 나오고, 회음부 절개 부위를 꿰맬 때에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그림 @akoano

무통의 천국을 이번에도 누리지 못했던 아내는 표정에 아쉬움이 역력했다.


진통을 겪는 동안 양막 파수는 없었고, 아기의 모니터에서 특별한 소견도 보이지 않았다. 분만 진행 속도, 태동 모니터, 자궁 수축 빈도 모든 게 순조로웠다. 하지만 출산 후에 아기를 평가하는 마지막 과정이 남아 있었다. 아무리 기형아 검사(다운증후군 선별검사), 정밀초음파, 임당 검사, 막달 검사, 임신 중독증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자궁 밖에서 아기를 살펴보는 게 가장 의미가 있다. 미리 발견하지 못했던 기형, 예상치 못한 아기의 호흡곤란 등은 종종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산모의 건강한 회복이 남아 있었다.

위에 보이는 것이 아기의 심장박동수로 110~160 사이에서 찌글찌글하구 울퉁불퉁하면 좋은 상태라 생각하면 된다



태어난 아기


교수님이 병원에 도착하시고 자궁경부는 다 열리면서 아기는 세상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고, 40주간 아기를 지켜주던 양막을 터트리면서 분만의 진행은 더욱 앞당겨졌다. 아기의 머리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분만장으로 옮기게 되었다. 아기의 탯줄을 잘라주기 위해서, 산모의 옆에 있어주기 위해서 알코올로 손을 열심히 닦고 들어갈 준비를 하였다. 분만실에 입장하기 위한 마스크와 빵모자(캡?)를 쓰고 나니 실감 나기 시작했다.

분만장에 들어가기 전 사진를 한 번 찍어보았다...

분만실 앞에서 발을 동동 굴리고 있던 나는 내부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소독포들이 다 세팅된 후에 들어갈 수 있었다. 현장에 있었던 과거를 생각하며 나는 남편의 자리에 위치하였다.


산모님 힘주세요~ 끙


아내가 분만실로 옮기고 4번의 힘주기가 끝나면서 아기는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아기가 나오는 순간 아기는 괜찮은 것인지 초음파로 놓친 기형은 없는 것인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리고 산모는 건강한 것인지 걱정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아이의 건강한 울음소리가 터지고 교수님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분만실에 퍼졌다. 일단 한 고비를 통과한 것이다. 아기의 손가락, 발가락, 등과 입천장 등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회음부 절개 부위를 꿰매는 동안 나는 아기와 함께 신생아실로 이동하였다. 첫째와 닮은 듯, 첫째랑 다른 듯 귀여운 아기는 아기 카트를 타고 분만장을 나섰다. 그리고 분만장에서 나온 아내의 손을 잡아주며 나의 두 번째 출산 목격기는 끝이 났다.


https://youtu.be/QhzNzlF8uVQ



ps 1. 글의 초안은 아침 6시 아내를 병동으로 금의환향시켜 줄 이송요원님을 기다리며 작성하였다. 수고했어 여보

ps 2. 밤늦게까지 불철주야로 출산을 위해 힘쓰시는 산부인과 의사 화이팅. 특히 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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