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준비부터 출산까지
안녕하세요.
한 ‘여자’의 아빠, 한 ‘여자’의 남편, 산부인과 전문의 포해피우먼입니다.
먹는 식품, 누워 자는 침대, 숨 쉬는 공기까지 신경 쓰며 살아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임신 중에는 아기와 함께 하기 때문에 더욱더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특히나 인위적으로 몸에 들어가게 되는 약물은 산모에게 늘 고민과 걱정을 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임신 중 약물 사용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본문의 대화는 아이 출산 경험에 의거한 'Fact'에 'Fiction'을 가미한 Faction입니다.
대부분의 내용은 산부인과 교과서를 기반으로 하였지만, 의학적 내용은 계속 수정&발전되니 참고 바랍니다.
모든 산모는 개개인에 맞춘 진료가 필요하니, 최종 결정은 지정의와 상의 후 신중히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인 가치관이 반영되어있으니 감안하여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약 먹어도 되나요?
산모에게 약을 처방할 때 혹은 지인이 연락 왔을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인 것 같습니다. 문제가 있다고 명확하게 알려진 약이 아니라면 "대게 문제없이 괜찮습니다. 그리고 일정량이 아기에게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아기도 견뎌낼 수 있습니다"라고 우선 답변을 합니다. 그리고 해당 약물을 검색해보곤 합니다.
본인이 자주 사용하는 약물이 아니고 문제를 일으키는 약물로 공표가 되지 않은 이상 잘 모를 때가 있는데, 늘 새로운 약은 발명되어 출시되고 연구 결과가 새로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부터 써오던 약과 문제가 없던 약을 사용하려고 하나 산모의 상황에 따라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새로이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연구결과가 100% 맞는 것도 아니어서 또 바꾸기도 하고...ㅠ)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의 경우, 산모에게 적절 용량으로 잘 사용할 경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6년 미국의사협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소아과학(JAMA pediatrics)에서 한 논문은 임신 중 사용한 아세트아미노펜은 다양한 유아의 행동장애, 과잉행동들과 연관이 있음을 발표하였고 [1], 그 결과 아세트아미노펜을 예전처럼 쉽게 권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명확하지 않은 인과관계에 대해서 연구되고 있고, 여러 다른 요인들에 의한 결과인지 차차 알려지게 되겠지만, 현재로서 꼭 필요한 경우 적절량 사용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산모가 먹어도 되는 약'이라는 주제는 복잡하지만 매우 중요하고, 엄마와 아기를 동시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말씀드리기 참 어렵습니다.
태아에 대한 위험성보다 산모 몸에 대한 유익성이 클 경우에만 사용을 권고한다.
약물 사용설명서를 보면 이런 경고문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이러한 무책임한 설명을 해놓은 것은 'A이면 B이고 B이면 C이다'와 같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산모마다 임신 주수, 복용한 기간, 복용한 용량이 다르고 약이 흡수되어 아기에게 넘어가는 용량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연구결과에 따라서 약을 몇 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하며 권고사항을 약품마다 정해두었습니다. 이러한 분류는 연구결과에 따라 변경되기도 합니다.
2015년부터 미국 FDA에서는 분류법보다 더 자세한 내용으로 약품 설명서에 설명하면서, 예전의 분류법을 사용하지 않으나[2], 이전까지 작성된 다른 블로그나 인터넷의 글을 읽으실 때 도움이 되시도록 FDA class를 가장 하단부에 첨부합니다.
FDA class B에 해당되는 약물은 상당히 사용하기 마음이 편한 축에 포함되나 '동물실험에서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인간에게도 괜찮다'는 뜻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예로, 1957년 서독에서 판매된 입덧약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는 쥐와 토끼 등 실험동물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이 없었으나, 이 약을 복용한 산모에게서 사지가 없거나 짧은 신생아들이 태어났던 적이 있어서 입덧약으로 사용금지된 상태입니다.
탈리도마이드와 달리 항구토제 디클렉틴, 디클레지스라는 약은 같은 성분으로 1960-70년대 Bendectin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었는데, 당시 선천성 결함을 일으킨다는 주장으로 퇴출되었다가 안정성이 확인되며 다시 도입되었습니다. 하지만 추후에 또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약품 정보를 살펴보다 보면, '동물에게 XXmg/kg 사용하였는데, 어떠한 문제점이 생겼다'라는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들은 신뢰할 만하나, 동물 실험에서 안 좋은 결과들이 나왔다고, 인간에게 꼭 유해한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아기에게도 똑같은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에 대해서는 밝혀져 있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해도 해당 약에 대해 면죄부를 드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만큼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산모에게 정말 필요한 경우 조금 더 주의해서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는 게 가장 좋을 것입니다.
약물을 분류할 때 미국 FDA 분류뿐만 아니라 호주 ACPM(Advisory Committee on Prescription Medicines) 분류도 있습니다. A, B, C, D, X 의 5그룹으로 나눈 FDA 분류와 달리 ACPM 분류는 A, B1, B2, B3, C, D, X의 7 그룹으로 이루어집니다.
많은 약물들이 FDA와 ACPM 의 분류가 비슷하지만 분류가 다른 약도 있습니다. 특히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과 같이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게다가 타이레놀의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으로 2016-2017년에 안전성과 관련해서 많은 소식이 있었습니다.
◽ 임신 중 acetaminophen 복용, 아이 자폐증이나 ADHD 부를 수 있어, 세계의약뉴스, 2016-07-08, KIMS 학술센터
◽ 산모가 복용한 타이레놀, 아들의 성 발달을 억제해, 세계의약뉴스, 2017-06-28, KIMS 학술센터
이러한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산모가 열이 있는 경우에는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이 가장 유용하고 가장 안전하게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편입니다. 산모가 열이 39도 이상에서 장시간 동안 유지되면 심각한 합병증 (예를 들면, 아기에게 관절 굽음증(arthrogryposis))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잘 조절하는 게 중요합니다.
임신 기간 중 약물 사용에는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뻔한 말이지만 "참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필요하면 담당 의사와 상의 후에 사용한다!" 와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라는 것은 꼭 기억해두시면 좋겠습니다.
두통이 심해 일상생활이 힘든 경우
요통이 심해서 일상생활이 힘든경우
상기도 감염(감기)인것 같은데 열이 나기 시작하는 경우
변비가 너무 심한 경우
신물이 너무 많이 올라오는 경우
기타 산모를 힘들게 하는 여러 상황들
와 같은 상황들이 산모님을 계속 힘들게 할때에는 상의 후에 약을 쓰는 것을 고려해보세요. 상황에 따라 내과, 신경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모든 선생님과 상의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 약과 병원을 피하는 것은 진단과 치료를 늦춰 병을 키우게 되고 오히려 산모와 태아에게 더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몸이 불편하다면 병원/약국을 찾아 올바른 진단, 처방을 받고 임신부가 먹을 수 있는 약을 복용할 것을 재차 말씀드립니다.
임신 중에 약을 먹어도 되는지 미심쩍거나 불안할 때는 문의를 먼저 해보는 것이 최고입니다. 문의를 하기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면 아래의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아래 산모수첩 앱 「아가야」에는 산모들이 자주 물어보는 약물 100 종에 대해 임신 중 사용, 수유 중 사용에 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참고하실만 합니다.
저도 산모분들께 이 앱을 이용하며 설명드리기도 하는데, 물론 제가 만들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ㅋ (사)임산부약물정보센터에서 오랫동안 쌓은 한국인 산모의 대한 정보를 기본으로 하여 만들어진 자료를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위의 앱을 통해서 해결 안되는 약물 사용에 대한 정보들은 마더세이프 상담센터에서 많은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약을 먹고, 병원에 가는 것 때문에 고민하는 산모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며 좋겠습니다.
건강하게 임신하고 행복하게 출산하시길 기원합니다.
이상 모든 여성이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forhappywomen 이었습니다.
References>
1. Stergiakouli E, Thapar A, Davey Smith G. Association of Acetaminophen Use During Pregnancy With Behavioral Problems in Childhood: Evidence Against Confounding. JAMA pediatrics. 2016;170(10):964-70.
2. Williams Obstetrics. 25th Edition
https://forhappywomen.com/archives/2631
https://forhappywomen.com/archives/1728
https://forhappywomen.com/archives/1992